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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넘어 을지로까지 관광객 ‘구름발길’…상권 부활 뒤 숨은 ‘고물가 그늘’
명동 넘어 을지로까지 관광객 ‘구름발길’…상권 부활 뒤 숨은 ‘고물가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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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그 열기가 인근 을지로 골목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명동 상권이 회복세를 넘어 주변 지역으로 외연을 넓혀가는 가운데 노점 음식과 외식비, 숙박비 등 상권 전반의 물가도 함께 오르면서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명동을 방문한 외국인은 354만명으로 전년 동기(267만명) 대비 32.6% 증가했다. 지난해 명동을 찾은 외국인은 1427만명에 달했다. 서울관광재단이 발표한 서울관광 실태조사에서도 지난해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77%가 명동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5월 기준 잠정치는 81%인 것으로 드러나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핵심 방문지로 자리매김했다.

 

외국인 중심의 소비 규모도 눈에 띄게 커졌다. 인바운드 관광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이 분석한 올해 1분기 명동 거래 데이터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거래액은 45%, 1인당 결제액은 44% 증가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조사에서도 올해 3월 기준 명동 상권 월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 늘었고 공실률은 5.6%까지 낮아졌다.

 

외국인들의 발길은 명동에 머무르지 않고 인근 을지로 일대로도 번지고 있다. 명동에서 쇼핑과 관광을 즐긴 뒤 상대적으로 로컬 분위기가 강한 을지로로 이동하는 관광객이 늘면서 두 상권이 하나의 관광 동선으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호주에서 온 조처취 씨(여·22)는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명동은 무조건 한 번쯤 들르는 곳인데 요즘 틱톡을 보면 명동 근처에서 한국인들이 실제로 많이 가는 ‘로컬 핫플’로 을지로가 자주 나온다”며 “궁금해서 낮에 와봤는데 문을 닫은 가게가 많아 처음에는 ‘잘못 왔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찾아보니 을지로는 오히려 밤이 되면 젊은 사람들이 몰리고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진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 호주에서 한국 을지로를 찾은 조처취씨(왼쪽)와 린지 홀씨가 을지로 골목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르데스크

  

함께 방문한 린지 홀 씨(여·22)는 “명동에 가려다 버스를 잘못 내려 우연히 을지로에 오는 외국인들도 있는데 막상 와보면 분위기가 좋고 즐길 곳도 많아 ‘그냥 여기서 놀자’며 머무르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며 “명동이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대표적인 관광지라면 을지로는 조금 더 현지인처럼 서울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상인들도 상권 확장을 체감하고 있다. 을지로3가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권수현 씨(32·남)는 “최근 들어 을지로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을 상당히 자주 볼 수 있다”며 “명동에 들렀다가 을지로까지 넘어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밤이 되면 외국인들끼리 여러 명이 와서 술집을 돌아다니며 즐기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며 “예전에는 명동에 집중됐던 외국인 관광객 인파가 자연스럽게 을지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게 체감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 중심으로 상권이 빠르게 재편되면서 정작 내국인의 발길은 줄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식음료와 외식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고 상점 구성이 외국인 관광객 맞춤형으로 바뀌면서 명동 일대는 인근 직장인의 점심 수요를 제외하면 일반 국내 소비자의 유입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비싼 물가와 관광객 중심의 거리’라는 인식이 굳어지면서 내국인이 쇼핑이나 여가를 위해 명동을 찾는 경우가 줄어든 것도 상권 구조 변화의 한 단면으로 꼽힌다. 외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향후 환율이나 국제 정세, 관광 경기 등 대외 변수에 상권이 민감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명동에서 10년 넘게 카페를 운영해 온 이모 씨(48·남)는 “손님의 80~90% 이상이 외국인으로 채워지다 보니 매장 분위기나 메뉴 구성도 자연스럽게 관광객 취향에 맞추게 됐다”며 “주변 음식점이나 노점 물가가 워낙 오르고 거리 자체가 관광객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점심시간 직장인을 제외하면 일반 한국인 손님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줄었다”고 털어놨다.

 

▲명동에 위치한 음식점의 메뉴판 사진. 1인분(150g 기준)이 2만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르데스크

 

외국인 유입 증가는 상권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명동 일대 식당가의 대표 외식 메뉴 가격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형성했다. 불고기 버섯전골은 4만9000원에 달했고 닭갈비는 1인분에 1만3500원에 판매됐다. 대중적인 외식 메뉴인 삼겹살도 150g 기준 1인분에 2만원에서 2만2000원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었다.

 

가공식품 유통 가격도 일반 상권과 적지 않은 차이를 보였다. 명동 내 한국 식료품점에서 4봉지가 들어 있는 라면 묶음 상품은 6500원에 판매됐다. 소셜커머스나 대형마트에서 4000원대에 유통되는 것과 비교하면 2000원 이상 비싸게 책정된 셈이다.

 

숙박비 상승세도 뚜렷하다. 명동 소재 B호텔의 올해 1~5월 평균 객실판매단가는 26만1179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만5151원) 대비 6.5% 올랐고 E호텔은 25만3989원에서 28만3421원으로 11.6% 상승했다. 명동 주요 호텔들은 올해 상반기에도 90% 안팎의 객실점유율을 유지했다. 웨스틴조선 서울과 포포인츠바이쉐라톤조선 서울 명동의 외국인 투숙객 비중은 각각 80%, 94%까지 늘었다.

 

높아진 물가는 외국인 관광객의 체감 만족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었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온 린 씨(25·여)도 “환율 부담도 큰데 명동 일대 식음료와 숙박비가 전반적으로 너무 비싸졌다”며 “노점 가격표에 가격이 제대로 적혀 있지 않거나 외국인에게 더 비싸게 부르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매력을 느끼러 왔다가 물가 때문에 실망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상권 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단기간 수요 증가를 이유로 가격이 지나치게 오를 경우 장기적인 관광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에는 SNS와 여행 플랫폼을 통해 가격과 서비스에 대한 후기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만큼 일부 상점의 과도한 가격 책정이나 불투명한 가격표시가 명동뿐 아니라 서울 관광 전반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정자 동국대 관광과 교수는 “외국인 유입에 따른 단기 수요 증가로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 관광 만족도와 국가 이미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SNS를 통해 가격과 서비스 후기가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만큼 소비자를 기만하는 가격이 아닌 적당한 가격 책정을 통해 상권을 만들어야 장기적 경쟁력이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기사 속 Q&A
Q1. 올해 1분기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치와 서울 방문 외국인 중 명동 방문 비율은?
A. 한국관광데이터랩 기준 올해 1분기 명동 방문 외국인은 354만명으로 전년 동기(267만명) 대비 32.6% 증가했다. 서울관광재단 조사 결과 서울을 찾은 외국인의 명동 방문 비율은 지난해 77%에서 올해 5월 잠정치 81%까지 상승했다.
Q2. 명동의 외국인 관광객 인파가 인근 을지로 상권으로 빠르게 확산하게 된 계기와 외국인들의 인식은?
A. 틱톡 등 SNS에서 한국인들이 찾는 로컬 핫플로 을지로가 소개되면서 관심이 커졌다. 전통적 관광지인 명동과 달리 밤이 되면 분위기가 활성화돼 현지인처럼 서울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Q3. 명동 식료품점에서 판매하는 가공식품(라면 묶음) 가격과 대형마트 시세 간의 격차는?
A. 4봉지 라면 묶음이 6500원에 판매돼, 소셜커머스나 대형마트의 4000원대 가격과 비교할 때 2000원 이상 비싸게 책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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