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승부사’로 불리는 데이비드 테퍼(David Tepper)가 올해 2분기 미국 빅테크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애플에 대해서는 주가 하락(풋옵션)에 베팅한 반면 아마존과 메타플랫폼스(메타) 등의 주식 보유량은 늘렸다. 동시에 한국 증시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MSCI 한국 ETF(EWY)’에 약 5억달러(한화 약 7000억원)를 투자했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6%가 넘는 자금 규모다.
빅테크 외 기업에 대해서도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보잉과 아메리칸항공을 새롭게 포트폴리오에 편입했으며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와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에도 신규 투자했다. 반면 기존 주요 투자처였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알리바바의 보유량은 대폭 줄였다. 특정 업종이나 시장 전반에 일괄적으로 베팅하기보다는 개별 종목의 성장성과 투자 매력 등을 고려해 투자 비중을 달리하는 선별적 투자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엔 하락 베팅, 아마존·메타는 주식 추가 매수…빅테크·반도체 옥석가리기 박차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테퍼가 이끄는 투자회사 ‘아팔루사(Appaloosa LP)’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올해 2분기 말 기준 약 77억2538만달러(한화 약 10조6800억원) 규모의 미국 상장주식 투자 현황을 신고했다. 신고한 종목은 총 27개로 직전 분기 31개보다 줄었지만 신고 평가액은 직전 분기(59억3348만달러) 대비 30% 증가했다. 테퍼는 1993년 아팔루사를 설립한 이후 금융위기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저평가된 자산을 공격적으로 매수하는 전략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며 월가를 대표하는 헤지펀드 투자자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아팔루사의 2분기 포트폴리오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애플 주가 하락에 대한 베팅이다. 아팔루사는 직전 분기에는 없었던 애플 풋옵션을 새롭게 신고했다. 2분기 말 기준 해당 풋옵션의 기초자산은 애플 주식 83만5000주 상당이며 금액으로는 전체 포트폴리오의 3.1%에 달하는 수준이다. 풋옵션은 미리 정해진 시점까지 특정 자산을 사전에 정한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파는 파생상품으로 일반적으로 기초자산 가격 하락에 대비하거나 하락 가능성에 베팅할 때 활용된다. 풋옵션을 매수한 사람은 시장 가격이 사전에 정한 가격보다 낮을 때 권리를 행사해 비싼 값에 팔 수 있고 시장 가격이 더 높다면 권리를 포기할 수 있다.
반대로 애플을 제외한 주요 빅테크 기업의 주식 보유량은 오히려 늘렸다.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자한 종목은 아마존이었다. 2분기 말 아마존 주식 보유량은 500만주로 직전 분기보다 약 16% 늘렸다. 평가액은 약 11억9170만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15.4% 수준이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메타플랫폼스에 대한 투자도 확대했다. 알파벳 Class C 주식 보유량은 185만주로 직전 분기보다 약 7% 늘렸다. 평가액은 약 6억5366만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8.5%를 차지했다. 메타플랫폼스는 더욱 공격적으로 매수했다. 1분기 말과 비교해 보유량을 약 55% 늘린 67만5000주까지 확대했으며 2분기 말 평가액은 약 3억8022만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4.9%를 차지했다.
반도체 업종에서도 종목별로 평가를 달리 했다. 아팔루사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 보유량을 직전 분기보다 약 24% 늘린 165만주까지 확대했다. 2분기 말 평가액은 약 7억8799만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10.2%를 차지했다. 아마존과 마이크론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비중이다. 엔비디아 역시 보유량을 약 4% 늘려 152만5000주를 보유하게 됐다. 평가액은 약 3억513만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직전 분기 포트폴리오 평가액 2위 규모였던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주식도 대량 처분했다. 2분기 말 마이크론 보유량은 97만5000주로 직전 분기 대비 약 41% 감소했다. 다만, 주식 수를 크게 줄였음에도 주가가 크게 올라 분기 말 평가액은 약 11억2543만달러에 달했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14.6% 수준이다. AMD 보유량도 전 분기 대비 약 11%, 퀄컴도 50% 각각 줄였다.
아팔루사는 한국 증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MSCI 한국 ETF(EWY)’를 2분기 말 기준 242만5000주 매수했다. 직전 분기 240만주에서 2만5000주를 추가로 사들인 것이다. 2분기 말 평가액은 약 4억8961만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6.3%를 차지했다. 아팔루사의 전체 투자 종목 가운데 여섯 번째로 높은 비중이다. EWY는 한국 증시의 대형·중형주를 추종하는 미국 상장 ETF다. 특정 국내 기업 한 곳에 투자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국 증시 전반에 투자하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테퍼의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지표로 평가된다.
중국 기업에 대해서도 엇갈린 평가를 내렸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중 하나인 알리바바 보유량은 200만주에 불과했다. 직전 분기보다 약 42% 감소한 수준이다. 2분기 말 평가액은 약 1억9196만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2.5% 수준이다. 반면 중국 최대 검색엔진 기업 바이두는 보유량을 약 전 분기 대비 87% 늘려 129만5000주까지 확대했다. 평가액은 약 1억4801만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1.9%를 차지했다.
신규 투자처 중에서는 항공 관련 기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팔루사는 2분기 보잉 주식 80만주를 새롭게 매수했다. 2분기 말 기준 평가액은 약 1억7318만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2.2%를 차지했다. 아메리칸항공 역시 750만주를 신규 매수했으며 평가액은 약 1억3553만달러였다. AI 관련 신규 투자도 단행됐다. 아팔루사는 AI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 Class A 주식 107만8248주를 새롭게 매수했다. 2분기 말 평가액은 약 1억733만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1.4%를 차지했다. 코어위브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반으로 AI 연산용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미국 발전·전력기업 비스트라와 종합 에너지기업 NRG에너지에 집중했다. 비스트라 보유량은 직전 분기보다 약 10% 증가한 221만5272주로 평가액은 약 3억5141만달러였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4.5%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NRG에너지 역시 176만주를 사들였다. 평가액은 약 2억5707만달러, 전체 포트폴리오의 3.3% 수준이었다. 이 밖에도 원유·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인프라 기업 에너지트랜스퍼와 MPLX에 대한 투자는 그대로 유지했다. 반면 샌디스크와 코닝, 핀둬둬(PDD), L3해리스, RTX 등의 기존 보유 종목은 2분기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모두 제외시켰다.
전문가들은 테퍼가 동일 업종 내에서도 종목별로 상반된 투자 행보를 보인 가운데 한국 증시에는 상당한 규모의 투자금을 배분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테퍼가 애플 풋옵션을 새롭게 편입한 반면 아마존·알파벳·메타 등 다른 빅테크 기업의 보유량은 늘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빅테크 업종 전체의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기보다 애플의 성장성이나 주가 수준 등을 고려해 개별 기업별로 투자 판단을 달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증시를 추종하는 EWY가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는 대목도 눈여겨볼 만하다”며 “특정 한국 기업이 아닌 시장 전체를 추종하는 상품에 상당한 자금을 배분했다는 점에서 한국 증시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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