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데스크

테마설정
‘신속공급’이 ‘신속갈등’ 됐다…‘숫자 경쟁’에 과천 · 태릉 · 용산시민 거리로
‘신속공급’이 ‘신속갈등’ 됐다…‘숫자 경쟁’에 과천 · 태릉 · 용산시민 거리로

정부가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통해 과천과 태릉, 용산 등 서울·수도권 주요 부지의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자 해당 지역 주민들이 공동 대응에 나섰다. 주민들은 대규모 주택 공급에 앞서 교통·환경 대책과 충분한 주민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한다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개발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공급 물량과 속도를 앞세운 정부 정책이 지역별로 누적돼 온 교통난과 녹지 훼손, 문화유산 보존 문제 등을 해소하지 않은 채 추진될 경우 주민 반발과 지역사회 갈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초록태릉을 지키는 시민 일동’, ‘노원바른소리주민연대’, ‘과천 경마공원 이전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공원을 지키는 주민모임’ 등 지역 주민단체 소속 주민 100여 명은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연대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태릉골프장(CC)과 과천경마장, 용산공원 등에 대한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이 지역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 없이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택 공급의 물량과 속도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교통난과 환경 훼손은 물론 지역사회 갈등까지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과천 경마장인 렛츠런파크와 옛 국군방첩사령부 부지 등을 활용한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과천 지역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해당 부지 등을 활용한 주택 공급을 위해 2030년까지 착공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 정부의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 반발하는 과천·태릉·용산 지역 주민 100여 명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연대집회를 열고 개발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사진은 일방적인 주택공급 정책을 비판하는 팸플릿과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집회 참가자들의 모습. ⓒ르데스크

  

과천 주민들은 경마공원 이전과 주택 건설이 단순히 부지 활용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교통체계와 생활환경, 기존 도시 기능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경마공원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주민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전 대상지와 교통·생활 인프라 대책 등을 구체적으로 마련한 뒤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태릉CC 개발을 둘러싼 갈등 역시 다시 커지고 있다. 정부는 태릉CC 부지에 6800가구를 공급하고 2029년 착공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대규모 주택 공급에 앞서 현재도 심각한 교통난을 해소할 광역교통대책부터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태릉CC 인근 화랑로와 화랑대사거리 일대는 차로 수가 충분하지 않은 데다 주변이 이미 개발돼 있어 추가적인 도로 확장도 쉽지 않은 지역으로 꼽힌다. 북부간선도로와 세종포천고속도로,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등 주요 간선도로를 오가는 차량까지 집중되면서 출퇴근 시간대를 중심으로 상습적인 정체가 빚어져 주민 불편이 이어져 왔다.

 

주민들은 이런 상황에서 6800가구 규모의 주택이 추가로 들어설 경우 기존 도로망이 늘어난 교통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신규 입주민뿐 아니라 기존 주민들까지 출퇴근 시간과 이동비용이 증가할 수 있는 만큼 주택 공급 계획과 광역교통 개선대책이 동시에 제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통 문제뿐 아니라 태릉CC 개발에 따른 녹지 훼손과 인근 문화유산에 미칠 영향도 주요 반대 이유로 꼽힌다. 주민단체들은 태릉골프장 일대가 서울 동북권에서 상대적으로 넓은 녹지축 역할을 해온 만큼 대규모 주택 개발이 이뤄질 경우 지역 내 녹지환경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과천·태릉·용산 주민들은 교통·환경 대책과 주민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집회에 참석해 주택공급 정책 재검토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의 모습. ⓒ르데스크

 

인근 세계문화유산과의 관계 역시 쟁점이다. 주민들은 태릉CC 개발이 주변 문화유산 경관과 환경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육군사관학교 이전 문제와 주변 교통체계 등 여러 현안이 맞물려 있어 단순한 주택 부지 확보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공릉동에 오랫동안 거주한 최지원 씨(31·여)는 “대학교도 이 인근에서 다녔는데 오후 5시 이후부터는 상습적으로 길이 막히는 곳이다”며 “차가 있어도 대중교통이나 도보로 이동하는 게 나을 정도인데 6000가구가 넘는 대단지가 들어서면 사실상 차로 이동하기 어려운 동네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김경태 노원바른소리주민연대 자문위원은 “정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라는 명분 아래 서울 동북권의 마지막 녹지축인 태릉골프장 일대를 대규모 주택단지로 개발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며 “교통대책 없는 주택 공급은 입주민과 기존 주민 모두를 교통지옥에 가두는 폭거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회 앞 모인 주민 100여명…“공급량부터 정하지 말고 지역 현안 먼저 풀어야”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앞 보조도로에 집결한 뒤 더불어민주당사 정문 앞까지 행진했다. 과천과 태릉, 용산 등 서로 다른 지역의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부의 주택 공급정책에 공동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일부 참가자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비판한다는 취지로 이재명 대통령과 아돌프 히틀러의 이미지를 합성한 피켓을 들었다. 참가자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주택 공급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팸플릿과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으며 상여를 앞세운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집회 참가 단체들은 행진을 마친 뒤 ‘정부의 일방적 졸속 주택공급 규탄 및 시민의 삶터 수호를 위한 과천·태릉·용산 연합 공동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공동결의문을 통해 주민 동의 없는 과천 경마공원 이전과 주택건설 계획의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태릉CC 개발에 대해서도 녹지 훼손과 인근 세계유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계획 중단을 촉구했다.

 

▲ 이날 집회에서 상여를 앞세운 행진을 준비하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르데스크

 

용산 지역 주민들도 용산공원과 국제업무지구 일대의 주택 공급 논의가 지역의 장기적인 도시계획과 공원 조성 방향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결국 각 지역이 처한 구체적인 상황은 다르지만 공급량과 사업 속도를 먼저 정한 뒤 교통·환경 문제와 주민 반발을 사후적으로 해결하려는 정책 방식에는 공통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참가 단체들은 정부와 정치권에 주택 공급 물량과 속도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교통과 환경, 문화유산 등 기존 지역 현안과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공급정책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집회에 참석한 최철호 씨(73·가명)는 “교통과 환경 문제도 중요하지만 골프장 역시 필요에 따라 조성된 시설인데 주택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없애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개발에 앞서 주민들이 우려하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씨는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주택 공급을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주택이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시설과 환경을 없애기보다 실제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교통과 문화유산 등 기존에 제기된 지역 현안에 대한 대책이 공급계획과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태릉과 과천 등은 과거 개발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제기됐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주택 공급이 추진되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며 “주택 공급이 필요하더라도 기존에 제기된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면서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태릉의 경우 세계문화유산과 육군사관학교 이전, 교통 접근성 등 여러 문제가 맞물려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검토와 지역 주민의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한다”며 “용산과 과천, 태릉 모두 공급 물량을 먼저 제시한 뒤 관련 문제를 나중에 해결하는 방식은 주민들에게 기존보다 더 큰 불편과 불이익을 감수하도록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기사 속 Q&A
Q1. 이번 여의도 연대집회에 참여한 지역과 주요 단체들은?
A. 과천, 태릉(노원), 용산 지역 주민들로 ‘초록태릉을 지키는 시민 일동’, ‘노원바른소리주민연대’, ‘과천 경마공원 이전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공원을 지키는 주민모임’ 등 약 100여 명이 참석했다.
Q2. 주민들이 반발하는 계기가 된 정부의 정책은?
A. 정부가 과천 경마장, 태릉골프장(CC), 용산공원 등 주요 부지의 주택 공급 속도를 내기 위해 발표한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 때문이다.
Q3. 정부가 발표한 태릉CC 및 과천 부지의 개발 규모와 목표 착공 시점은?
A. 태릉CC 부지에는 6800가구를 공급하고 2029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과천 경마장 및 옛 방첩사 부지 등은 2030년까지 착공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댓글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