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투자의 대부’로 불리는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Bill Ackman)이 4년 전 4억달러(한화 약 5500억원)가 넘는 손실을 보고 처분했던 넷플릭스 주식을 올 2분기 다시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크먼은 올해 2분기 넷플릭스 주식 약 1308만주, 시가로는 9억달러가 넘는 금액을 투자했다. 이 밖에도 비자와 마스터카드, S&P글로벌 등 금융·결제 관련 기업에도 각각 10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새로 투입했다. 기존 투자처 가운데서는 우버와 하워드 휴즈 홀딩스, 메타플랫폼스 등의 투자 비중을 확대한 반면 아마존은 보유량을 줄이는 등 종목별로 엇갈린 평가를 내렸다.
‘4억달러 손실 악몽’ 넷플릭스에 다시 베팅…비자·마스터카드 등 금융주도 집중매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애크먼이 이끄는 헤지펀드 ‘퍼싱스퀘어(Pershing Square INC.)’의 올해 2분기 말 미국 상장주식 포트폴리오 평가액은 약 194억6600만달러(한화 약 27조원)다. 신고한 종목은 총 14개다. 애크먼은 2004년 퍼싱스퀘어를 설립한 이후 기업의 지분을 대거 확보한 뒤 경영진에 사업구조 개편이나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투자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과거 허벌라이프와 타깃, 캐나다퍼시픽철도 등을 둘러싼 대규모 투자로 월가의 주목을 받았다. 다만, 최근에는 기업 경영진과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전통적인 행동주의 방식보다는 우량기업을 장기간 보유하는 가치투자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더욱 자주 보이고 있다.
퍼싱스퀘어의 2분기 투자 행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넷플릭스에 대한 재투자다. 퍼싱스퀘어는 직전 분기에는 보유하지 않았던 넷플릭스 주식을 2분기 중 새롭게 사들였다. 2분기 말 기준 보유량은 1308만1465주로 평가액은 약 9억3402만달러(한화 약 1조2850억원)에 달했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4.8%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넷플릭스는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중 하나로 자체 제작 콘텐츠와 글로벌 가입자 기반을 바탕으로 스트리밍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애크먼과 넷플릭스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애크먼은 지난 2022년 1월 넷플릭스 주가가 저평가를 받던 시기 약 11억달러를 투입해 주식 310만주를 사들였다. 당시 넷플릭스의 20대 주주명단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해 4월 넷플릭스가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가입자 감소를 기록하면서 주가가 하루 만에 약 35% 폭락하자 4억달러 가량의 손실을 무릅쓰고 보유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 당시 애크먼은 광고 도입과 계정 공유 제한 등 넷플릭스의 새로운 사업모델이 단기적으로 실적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이유를 들었다.
미국 월가에서는 퍼싱스퀘어가 과거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전량 처분했던 기업에 다시 9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투입한 것을 두고 넷플릭스의 사업 경쟁력과 향후 성장성을 재평가했다는 의미로 보는 시각에 우세하다. 실제 애크먼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넷플릭스 주주서한에서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전쟁에서 사실상 승리했다”고 평가하며 넷플릭스의 가입자 규모가 경쟁사를 크게 앞서는 데다 이를 기반으로 콘텐츠 투자비용을 분산하면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투자 매력으로 지목했다.
퍼싱스퀘어는 올해 2분기 금융 관련 기업에도 대규모의 신규 투자를 단행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결제시장의 양대 산맥인 비자와 마스터카드 주식을 각각 327만470주, 212만4646주 매입했다. 2분기 말 기준 평가액은 비자 약 11억2207만달러(한화 약 1조5400억원), 마스터카드 약 약 10억9122만달러(한화 약 1조5000억원) 등이다.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8%, 5.6%다.
글로벌 금융정보기업 S&P글로벌도 2분기 퍼싱스퀘어 투자 명단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퍼싱스퀘어는 S&P글로벌 주식 259만3155주를 새롭게 사들였으며 분기 말 기준 평가액은 약 10억5609만달러(한화 약 1조4500억원)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5.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S&P글로벌은 신용평가를 비롯해 금융시장 데이터와 지수 등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무디스와 함께 글로벌 신용평가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퍼싱스퀘어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은 우버테크놀로지스(이하 우버)다. 퍼싱스퀘어는 2분기 말 우버 주식 3432만6200주를 보유했으며 평가액은 약 24억7698만달러에 달했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12.7%에 달하는 수준이다. 주식 보유량만 놓고 보면 직전 분기 대비 약 15% 가량 늘었다. 우버는 차량 호출 사업을 시작으로 음식 배달과 물류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온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이다. 퍼싱스퀘어 투자 포트폴리오 중 두 번째로 비중이 높은 종목은 캐나다 자산운용·대체투자기업 브룩필드다. 2분기 말 보유량은 5748만1047주로 평가액은 약 24억4812만달러 수준이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12.6% 가량의 비중이다. 브룩필드는 부동산과 인프라, 재생에너지, 사모투자 등 실물·대체자산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투자기업이다.
퍼싱스퀘어 투자 포트폴리오 상위권에는 빅테크 기업들도 대거 포진해 있다. 퍼싱스퀘어는 2분기 말 마이크로소프트 주식 620만6730주를 보유했다. 이들 주식의 평가액은 약 23억1523만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11.9% 수준의 금액이다. 또 아마존 주식 856만3857주도 보유했다. 주식 평가액은 전체 포트폴리오의 10.5% 수준인 약 20억4111만달러였다. 퍼싱스퀘어는 2분기 중 메타플랫폼스 보유량도 직전 분기보다 약 20% 늘렸다. 그 결과 현지 보유 주식은 319만6062주, 평가액은 약 18억달러 등이었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9.2% 수준의 금액이다. 반면 퍼싱스퀘어는 2분기 중 아마존 주식 보유량을 전 분기 대 약 25% 줄였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Class A와 Class C 주식도 전량 처분했다. 빅테크 업종 전반에 일괄적으로 베팅하기보다는 개별 기업의 성장성과 투자 매력 등을 고려해 투자 비중을 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분야에서는 하워드휴즈홀딩스에 대한 투자 규모를 크게 늘렸다. 퍼싱스퀘어는 2분기 말 하워드휴즈홀딩스 주식 2785만2064주를 보유했다. 직전 분기 대비 약 48% 늘어난 수준이다. 평가액은 약 19억9114만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10.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보유량은 약 48% 증가했다. 하워드휴즈홀딩스는 미국 전역에서 대규모 주거·상업 복합단지를 개발·운영하는 부동산 기업으로 애크먼이 장기간 투자해 온 주요 종목 중 하나다. 퍼싱스웨어는 2분기 말 기준 외식기업 레스토랑 브랜즈 인터내셔널 지분도 2582만1284주를 보유 중이다. 주식 평가액은 약 18억7230만달러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9.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레스토랑 브랜즈 인터내셔널은 버거킹(Burger King)과 팀홀튼(Tim Hortons), 파파이스(Popeyes) 등 글로벌 외식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애크먼이 과거 대규모 손실을 보고 처분했던 넷플릭스를 다시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다는 것은 당시와 비교해 기업의 수익구조와 성장성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투자에서 한 차례 실패한 기업이라고 해서 신규 투자처로 배제하기보다는 사업 환경과 기업가치가 달라졌다고 판단하면 다시 투자에 나서는 것은 가치투자자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자와 마스터카드, S&P글로벌에 각각 10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배분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며 “이들 기업은 결제와 신용평가 등 각자의 분야에서 높은 시장지배력과 진입장벽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현금창출력과 장기 성장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 투자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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