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129만8000원 프로, 중고가는 180만~240만원…용산 매장 “GTA6 영상 공개 후 방문객 급증”
락스타게임즈의 차기작 ‘GTA6(그랜드 데프트 오토 6)’ 실기 플레이 영상 공개 직후 글로벌 콘솔 시장에서 시작된 품절 사태가 국내 유통망까지 번지고 있다. 미국 주요 유통망인 베스트바이와 타깃 등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5 프로(PS5 Pro) 재고가 전량 소진됐으며 소니 공식 직영 플랫폼인 ‘PS 다이렉트’마저 매진됐다. 해외에서 시작된 품귀 현상과 가격 왜곡이 국내 콘솔 시장으로 옮겨붙으면서 주요 온·오프라인 매장의 재고가 마르고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웃돈까지 치솟고 있다.
해외 시장의 품절 확산 속도는 이례적으로 빨랐다. 주요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GTA6 영상 공개 이후 24시간 만에 재고가 동났고 마지막까지 정가 구매가 가능했던 소니 공식 판매 채널 PS 다이렉트마저 뒤이어 매진됐다. 아마존과 월마트에서는 제3자 판매자들이 정가 899달러(약 125만원)짜리 PS5 Pro를 1299달러(약 180만원)에 재판매하고 있다. 정가로 기기를 구할 수 있는 통로 자체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공식 매장인 용산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판매점에서는 GTA6 일부 유출 영상과 발매 소식이 가시화된 이후부터 콘솔 기기를 찾는 손님이 늘었다. 용산전자상가와 국제전자센터(국전), 신도림 테크노마트 등 주요 오프라인 거점 매장에서도 프로 모델 재고가 품절된 것으로 확인됐다.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판매점 관계자는 “프로 모델 품절 상태가 이미 3주에서 한 달가량 이어지고 있다”며 “지난 5월 가격 인상 직후에는 높은 가격 부담 탓에 구매를 망설이던 소비자가 많았지만 실기 영상이 공개되면서 매장을 찾는 손님과 구매 문의가 확연하게 늘었다”고 말했다.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서 GTA6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콘솔 구매를 망설이던 잠재 소비자들까지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분위기다. 공식 판매점 현장에서 만난 김지석 씨(24·남)는 “사실 플레이스테이션 콘솔은 크게 살 마음이 없었는데 GTA6 영상을 보고 플레이하고 싶어져 구매하려고 왔다”며 “프로 모델이 품절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고 웃돈을 주기보다는 조금 더 기다려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영상 공개 이후 기존 콘솔 유저는 물론 일반 게이머들까지 대거 기기 확보에 나서면서 국내 시장의 대기 수요는 더욱 누적되는 양상이다.
공식 유통망의 공급이 막히자 개인 간 거래(C2C)와 중고 시장에서는 가격 거품이 극대화됐다. 국내 공식 출고가가 129만8000원인 PS5 Pro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180만원에서 최대 240만원 안팎에 거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가 지난 5월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산에 따른 메모리·반도체 원가 상승(칩플레이션)을 이유로 출고가를 종전 111만8000원에서 129만8000원으로 16.1% 인상한 바 있지만, 품귀 현상에 편승한 프리미엄은 출고가 인상폭을 훌쩍 뛰어넘었다.
국내 유통 구조 자체도 프리미엄 형성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PS5 프로는 출시 초기부터 선착순이 아닌 추첨 방식으로 예약 판매돼왔다. 한 번에 풀리는 물량 자체가 제한적인 데다 당첨자 본인 확인 절차까지 거쳐야 해, 정가로 기기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창구가 애초에 넓지 않았다. 여기에 GTA6발 수요까지 겹치면서 추첨에서 밀려난 소비자들이 중고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들의 시선은 오는 11월 19일 GTA6 정식 발매 이후의 추가 가격 상승 여부에 쏠린다. 이에 대해 유통 현장에서는 발매 당일 폭발적인 추가 수요 급증 가능성은 낮게 봤다. 현장 관계자는 “GTA6 플레이를 목표로 하는 핵심 게이머들은 이미 영상 공개 전후로 기기 구매를 마쳤을 가능성이 높다”며 “발매 후 입소문을 탄 추가 유입은 있겠으나 가격 향방의 핵심은 수요 폭증보다 소니의 공급 정책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소니가 적극적으로 물량을 찍어내지 않는 이상 현 수준의 높은 시세는 2~3개월에서 최대 반년 가까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매장 관계자는 정반대의 시나리오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사전 공개 영상만 보고는 게임성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해 일단 지켜보는 손님들도 있다”며 “막상 발매되고 나서 반응이 좋으면 그때부터 뒤늦게 찾는 사람들이 몰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20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대표적인 선례로 꼽힌다. 발매 직후부터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하면서 스위치 프로 에디션은 물론 비교적 품귀에서 자유롭던 보급형 라이트 모델까지 온라인 매장에서 동반 품절됐다. 발매 1년이 지난 2021년 초까지도 정가에 기기를 구하기 어려웠을 정도로 품귀가 장기화됐다.
관계자들은 기본형 대신 고가의 프로 모델로 수요가 몰리는 이유를 성능 격차에서 찾는다. 프로 모델은 기본형보다 그래픽 처리 성능이 높아 고해상도·고프레임 구동에 유리한데, GTA6처럼 방대한 오픈월드와 정밀한 그래픽을 요구하는 대작일수록 이 격차가 체감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차세대 콘솔인 ‘PS6’ 출시에 대한 불확실성도 작용했다.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가 공식 블로그를 통해 2028년 1월부터 신작 타이틀의 실물 디스크 생산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업계에서는 차세대 기기 출시가 2028년 말 이후로 미뤄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PS6 출시가 요원해지자 게이머들 사이에서 “보급형 기기로 버티기보다 향후 수년간 최고 성능을 보장하는 프로 모델을 선점하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품귀 사태를 하드웨어 공급가 상승과 초대형 킬러 콘텐츠에 대한 기대 심리가 맞물려 나타난 전형적인 쏠림 현상으로 분석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게임 콘솔은 기기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이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핵심 소프트웨어 콘텐츠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강력한 수요가 창출되는 특성이 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하드웨어 가격이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한 상황에서 대형 기대작의 등장이 잠재 수요를 단기간에 자극해 가격 부담을 체감하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교수는 “과거 ‘모여봐요 동물의 숲’ 흥행 당시 발생했던 닌텐도 스위치 품귀 사태와 마찬가지로 해외 시장의 품절 소식이 국내에 실시간으로 전해지면서 ‘지금 사지 않으면 국내에서도 구하지 못한다’는 불안 심리가 작동했다”며 “이러한 심리적 요인이 구매 시점을 앞당기는 선구매 집중과 중고 시장 가격 왜곡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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