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서울시의 공공 임대주택 정책·제도를 둘러싼 국민 여론이 심상치 않다. 차별 논란과 부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생색내기 목적의 임대주택 공급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원활한 공급과 금융 지원만 있으면 충분히 원하는 집을 마련할 수 있는데도 굳이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수많은 국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선출 권력들 간에 위험한 표심 경쟁이라는 농도 짙은 비난도 나온다.
한 쪽선 2만6000호, 다른 쪽선 1만7500호…국토부·서울시 ‘임대주택’ 공급 경쟁 가열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1일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주택공급 예산은 30조원 규모에 달한다. 올해 본예산 21조2000억원에 비해 약 9조원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늘어난 예산은 대부분 공적주택 건립에 투입된다. 주거 안정을 위한 공적주택 물량은 올해 19만4000호에서 내년 21만8000호로 12% 이상 늘어난다. 또 역세권 입지와 중형 평수 등이 반영된 보편형 임대주택 신규 공급에 6조2000억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된다. 건설형 2만6000호, 매입형 2000호, 전세형 5000호 등 총 3만3000호의 보편형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같은 날 서울시도 대규모 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2030년까지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 ‘미리내집’ 1만7500가구를 추가 공급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024년 7월 ‘미리내집’을 처음 도입한 이후 지난달까지 총 7108가구를 공급했는데 앞으로 매년 약 4000가구씩 물량을 확보해 2030년까지 1만7500가구를 더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미리내집’은 주변 시세의 80% 이하 보증금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다. 자녀 출산 시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으며 자녀를 2명 이상 낳으면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공공(임대)주택 건립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 샅바싸움을 벌이는 사례도 등장했다. 앞서 국토부가 용산공원 일부 부지를 개발해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공공 임대주택 건립하는 계획을 밝히자 서울시는 즉각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녹지 훼손이 우려된다는 게 이유였다. 이후 양측은 팽팽한 줄다리기를 거듭했고 그 과정에서 서울시는 강남구 탄천물재생센터를 이전하고 해당 부지에 청년 주택단지를 포함한 가칭 ‘동남권 청년 특화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공공 임대주택 공급이라는 큰 틀은 유지한 채 개발부지만 환경 훼손 우려가 적은 곳으로 옮기자는 게 서울시의 취지다.
이번엔 정부·여당 측에서 반대 목소리가 불거저 나왔다. 사업 부지를 옮김으로써 사업의 주도권 확보, 나아가 공공 임대주택 공급이라는 정책성과를 취하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적지 않았다. 김영배 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은 지난달 27일 “탄천물재생센터 이전과 개발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10년 후에야 시행 가능할까 말까 한 허황한 정치적 주장이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전 부지를 선정하는 게 더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사실상의 거부 의사를 피력했다.
임대주택 향한 부정적 인식 여전…직장인·신혼부부 상당수는 “차라리 전·월세 살겠다”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임대주택 공급 대책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싸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하면 부동산 민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서울시의 예상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정적 반응의 핵심 요인으론 사회 전반에 걸쳐 부정적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어 각종 사회 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는 ‘공공임대’ 공급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부분이 지목됐다.
실제로 지난 2024년 서울시의회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혼합주택단지 관련 서울시민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1.4%는 ‘단지 내 임대세대의 차별이 있는 편’이라고 답했다. ‘차별이 없는 편이다’는 응답은 25.4%에 불과했다. ‘혼합주택단지’는 공동주택(아파트) 같은 동에 서울주택도시공사(SH),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을 통해 공공임대 형식으로 거주하는 세대와 분양·임차·구매한 세대가 함께 사는 단지를 일컫는 단어다.
‘임대세대와 같은 동 내 거주하는 현재의 방식으로 인해 분양세대에게 불이익이 있다고 생각하냐’는 물음에는 ‘불이익이 없다’는 응답(48.5%)이 ‘불이익이 있다’는 응답(38.2%)에 비해 높긴 했지만 그 차이는 10%p 가량에 불과했다. ‘불이익이 있다’고 답한 이들은 ‘집값 하락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37.7%)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여겼으며 이 외에도 ‘시설교체·관리비 등 아파트 운영과 관련된 이해관계 상충’(32.3%), ‘민원 등 임대세대의 과도한 권리 요구에 따른 역차별’(14.1%) 등의 사안이 언급됐다.
공공임대 주택에 대한 품질 신뢰도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4년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LH 임대아파트 품질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 ‘부정적’ 응답이 56.1%에 달했다. 반면 ‘긍정적’ 응답은 35.3%에 그쳤다. 연령대별로는 청년층에서 부정적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30~40대 연령층에서 ‘부정적’ 응답은 65.8%, 64.4%에 달한 반면 60대에서는 긍정·부정 평가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공공임대 주택을 둘러싼 실제 갈등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서울 마포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는 설계 과정에서 임대주택과 일반분양 주택의 동선 자체를 분리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는 총 23개동 중 2개동에 임대가구를 집중 배치했는데 해당 동의 외관만 다른 색의 외장재로 마감하는 방식으로 구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동작구의 한 아파트 단지는 임대아파트 주민에게만 커뮤니티 이용 시 따로 입주자대표회의의 허락을 받도록 조치해 조명을 받은 바 있다. 일반 분양 가구는 주택법을, 임대 가구는 임대주택법을 각각 적용받아 관리비와 시설 유지보수비 차이가 난다는 게 이유였다.
르데스크가 만난 일반 시민들의 반응도 여론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직장인 박승수 씨(45·남)는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면 모를까 어느 정도 연령대가 있다면 ‘공공임대 보단 월세나 전세가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며 “사회적으로 인식이 좋지 않은데다 차별도 여전한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공공임대만 자꾸 공급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직장인 이민정 씨(33·여)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주변 시선 때문에라도 공공임대는 선뜻 선택하지 못할 것 같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티나는 일을 하려는 것은 이해하지만 요즘에는 너무 생색내기에만 몰두하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의 목적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면 굳이 공공주택으로 방향을 정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공주택을 최소화하고 민간 주택공급을 활성화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주거복지 실현과 부동산 시세 하락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임대주택은 시장에서 스스로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주거복지 수단으로서 분명한 역할이 있다”면서도 “다만 일반적인 주택 실수요자까지 공공임대 공급만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민간의 주택 공급을 충분히 늘리고 금융 지원 등을 통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돕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특정 유형의 주택을 얼마나 공급했느냐보다 수요가 있는 지역에 필요한 주택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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