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뷰티 제품 유통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해 온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을 향한 경쟁사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 균일가 생활용품점 아성다이소가 1000~5000원대 초저가 제품을 앞세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서울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뷰티 관련 오프라인 유통 채널 구축을 예고했다. 관련업계 안팎에선 아직까진 점포망, 브랜드 인지도 등에서 올리브영의 우위가 뚜렷하긴 하지만 경쟁사들도 가격, 판매 전략 등 서로 다른 강점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선만큼 앞으로 시장 점유율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가성비 화장품부터 패션·뷰티 원스톱까지…올리브영 독주 제동 나선 다이소·무신사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올리브영의 향후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움직임이 부쩍 늘었다. 다이소와 무신사 등 올리브영과 마찬가지로 오프라인 채널에서 나름의 인지도를 지닌 유통업체들이 잇달아 뷰티 제품 확대에 나선 탓이다. 특히 초저가 뷰티 제품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다이소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올리브영 직원은 “최근 본사에서 다이소의 뷰티 사업 확대를 상당히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리브영과 다이소가 취급하는 브랜드와 제품 구성에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가성비를 앞세운 제품을 쏟아내면 아무래도 시장 파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르데스크가 직접 찾은 서울 광진구의 한 다이소 매장은 뷰티 제품 판매에 상당히 공을 들인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이곳은 지난달 29일 다이소 본사가 처음으로 뷰티 특화 매장으로 낙점한 곳이다. 매장에선 약 1800여종의 뷰티 관련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현장을 찾는 소비자들 대부분은 다이소의 최대 강점인 가성비를 무기로 내세운 뷰티 제품에 상당한 흥미를 보였다. 해당 매장에서 판매 중인 기초·색조화장품, 마스크팩, 퍼프·브러시 등 대부분의 제품 가격은 1000~5000원대에 불과했다.
해당 매장에서 만난 대학생 이소영 씨(24·여)는 “평소에도 다이소를 자주 이용하는데 화장품 대부분이 5000원 이하라 대학생 입장에서는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며 “다른 화장품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브랜드 구성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사용했을 때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제품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마스크팩이나 퍼프, 아이브로우 등과 같이 비교적 가볍게 사용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시험해 보고 싶을 때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근 K-뷰티 제품의 큰 손으로 부상한 외국인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건국대학교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장신옌 씨(23·여)는 “평소 생필품을 구매하기 위해 다이소를 자주 방문하는데 최근에는 뷰티 제품 종류가 굉장히 많아져 자주 구매하고 있다”며 “화장품을 살 수 있는 매장이 다양해지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나 제품을 비교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져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문을 연 뷰티 특화매장뿐 아니라 지하철 7호선 건대입구역 1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기존 다이소 매장 역시 뷰티 제품에 상당한 공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사실상 한 지하철 역을 사이에 두고 기존 매장과 신규 특화 매장 두 곳에서 화장품 구매 고객의 발길을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아성다이소 관계자는 “기존에 건대입구역 일대에서 운영 중인 매장에 뷰티 카테고리에 대한 수요가 높았던 데다 20·30 여성 고객을 비롯해 대학생과 직장인, 외국인 관광객 등 유동고객도 다양해 해당 지역에 뷰티 특화 매장을 열게 됐다”며 “추후 또 다른 뷰티 특화 매장 관련해서는 논의 중이긴 하나 아직까지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패션 플랫폼 브랜드 무신사도 최근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뷰티 사업의 외연을 빠르게 넓혀나가고 있다. 무신사는 기존 패션 제품과 뷰티 제품을 결합한 쇼핑 경험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고 있다. 무신사는 오는 11일 서울 마포구에 첫 단독 오프라인 뷰티 전문 매장인 ‘무신사 뷰티 홍대’를 연다. 지난 4월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에 뷰티존을 선보인 후 약 5개월 만이다. 오는 11월에는 성동구 성수동에도 추가로 뷰티 전문 매장을 열 계획이다.
아직까지 뷰티 전문 매장은 등장 전이지만 이미 기존 무신사 매장 한 켠에 마련된 뷰티존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었다.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 뷰티존을 찾은 정은아 씨(27·여)는 “원래 옷을 보려고 왔다가 자연스럽게 화장품까지 구매하게 됐다”며 “뷰티존 자체가 넓고 제품도 다양하게 진열돼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관심 있던 브랜드부터 처음 보는 제품까지 선택지가 상당히 많았다”며 “여러 장소를 돌아다닐 필요 없이 한 곳에서 옷과 화장품을 동시에 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고 설명했다.
무신사는 단순한 뷰티 제품 판매를 넘어 소비자가 직접 관련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도 선보이고 있다.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에서 도보로 약 5분 거리에 위치한 ‘무신사 뷰티 스페이스’에는 현재 프리미엄 헤어살롱 브랜드 박준뷰티랩과 협업한 팝업스토어가 열리고 있다. 이곳에선 다양한 헤어케어 제품이 판매되고 있으며 박준뷰티랩 소속 전문 디자이너가 고데기와 드라이어 등을 활용해 고객에게 직접 헤어 스타일링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온라인 사전예약을 통해 선착순으로 참여 가능하다.
유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이소와 무신사의 뷰티 사업 확대가 당장 올리브영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수준에 이르지는 않다러도 국내 화장품 유통시장의 경쟁 구도를 바꾸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화장품 유통시장에서 공고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올리브영 입장에서는 경쟁 채널이 늘어나는 만큼 기존에 집중됐던 매출이 일정 부분 분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아직까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화장품을 구매하는 곳은 올리브영’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긴 하지만 향후 다이소와 무신사가 어떤 상품과 서비스 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시장 구도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리브영 측은 각 업체가 주력하는 상품과 고객층, 사업방향에 차이가 있는 만큼 앞으로 자신들이 가진 강점을 강화하는 쪽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같은 브랜드의 제품이라도 유통채널에 따라 성분이나 용량, 제품 구성 등이 다르게 출시되는 경우가 있는 만큼 단순히 가격이나 편리함만을 이유로 상품 경쟁력을 비교하기에는 차이가 있다”며 “앞으로도 고객들이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제품 경쟁력과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사업과 올리브베러를 중심으로 한 웰니스 사업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노력도 꾸준히 이어나갈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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