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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커즈 · M&M 디저트 신화 뒤엔 115년 ‘무차입 · 비상장’ 가문의 영광
스니커즈 · M&M 디저트 신화 뒤엔 115년 ‘무차입 · 비상장’ 가문의 영광

편의점 계산대 앞에서 청년들이 무심코 집어 드는 필수 에티켓 캔디 ‘이클립스(Eclipse)’와 “손에서는 녹지 않고 입에서만 녹는다”는 카피로 유명한 초콜릿 ‘엠앤엠즈(M&M’s)’ 뒤에는 115년 동안 디저트 제국 ‘마즈(Mars)’의 지분 100%를 쥐고 있는 창업자 가문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이들 창업자 가문은 ‘프링글스’로 유명한 글로벌 스낵 기업 켈라노바(Kellanova) 인수를 위해 260억 달러(약 35조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다시 한 번 조명을 받고 있다. 무려 1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무차입 경영’ 원칙과 100% 가족 소유 체제를 고수해 온 마즈 창업주 가문의 경영 전략에 지각변동 가능성이 예고되고 있다.

 

부엌에 뿌리 둔 180조원 디저트 제국…100년 넘게 ‘100% 가족 소유’ 원칙

 

마즈의 시작은 1911년 미국 워싱턴주 터코마 지역의 한 평범한 가정집 부엌이었다. 창업주 프랭클린 클래런스 프랭크 마즈는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배운 제과 기술을 활용해 버터크림 캔디를 만들어 팔았다. 경주마를 무척 아꼈던 그는 대형 목장 ‘밀키웨이 팜’도 운영했는데 당시 자신이 아꼈던 말의 이름인 ‘스니커즈’를 딴 초콜릿 제품을 만들어 팔기도 했다. 오랜 기간 전 세계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스태디셀러 제품의 시작이었다.

 

마즈의 이름을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 알린 인물은 그의 아들 포레스트 마즈 시니어였다. 부모의 이혼으로 캐나다에서 조부모 손에 자란 그는 성인이 된 뒤 아버지 사업에 합류했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은 1923년 ‘밀키웨이 바’를 출시해 성공을 거두며 남다른 사업 감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후 아버지와 경영 방식을 두고 갈등을 겪다 결국 미국을 떠나 유럽으로 향했다. 스위스와 영국을 오가며 초콜릿 제조 기술을 익힌 그는 1941년 스페인 내전 당시 군인들이 땡볕에서도 녹지 않도록 설탕이 코팅된 초콜릿을 먹는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엠앤엠즈’를 탄생시켰다.

 

▲ 마즈 가문은 M&M, 스니커즈 등 제과 브랜드부터 로얄캐닌과 페디그리 등 반려동물 브랜드까지 아우르는 거대 기업의 정점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은 마즈가 보유한 주요 브랜드 로고. [사진=MARS 제공]
▲ 마즈 가문은 M&M, 스니커즈 등 제과 브랜드부터 로얄캐닌과 페디그리 등 반려동물 브랜드까지 아우르는 거대 기업의 정점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은 마즈가 보유한 주요 브랜드 로고. [사진=MARS 제공]

 

극단적인 완벽주의자로 유명했던 그는 초콜릿 표면의 ‘m’자 인쇄가 조금만 비뚤어져도 생산라인을 멈추고 직원을 질책할 만큼 품질에 집착했고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자들은 완벽한 품질에 환호했다. ‘엠앤엠즈’의 성공을 바탕으로 영국에서 펫푸드 사업까지 진출한 그는 1964년 미국의 마즈를 물려 받으며 오늘날 기업의 뼈대를 세웠다. 이후 마즈의 소유·경영권은 창업주 프랭크에서 포레스트 시니어를 거쳐 3세대인 포레스트 주니어, 존 마즈, 재클린 마즈 등에게로 이어졌다.

 

3세 경영인 시절 마즈는 완벽한 글로벌 기업의 면모를 갖추는 동시에 철저한 실용주의 경영이 가문의 문화로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포레스트 주니어는 임기 내내 임원 전용기 대신 이코노미석을 고집했고 형제인 존 마스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명예 기사 작위까지 받았음에도 개인 사무실 없이 직원들과 섞여 오픈 데스크에서 근무했다. 포레스트 주니어가 사망한 뒤 그의 지분은 네 딸(빅토리아, 발레리, 파멜라, 마리카)에게 넘어하면서 마즈의 지배구조는 3세와 4세가 동시에 지분을 보유한 형태로 바뀌었다. 3세 경영인인 존과 재클린이 각각 지분 3분의 1을, 나머지 지분은 포레스트 주니어의 네 딸이 동일하게 나눠서 보유한 식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올해 기준 마즈 창업주 가문의 순자산 규모는 무려 1290억 달러(약 18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월마트의 월튼 가문, 코크인더스트리즈의 코크 가문 등에 이어 3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다만 창업주 가문은 현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현재 마즈는 철저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창업주 가문은 이사회를 통해 장기 전략에만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마즈의 경영을 도맡고 있는 인물은 폴 웨이라우흐 CEO다.

 

이익 90% 재투자…비상장·무차입 경영 지탱한 마즈 가문의 ‘5대 원칙’

 

▲ 마즈가문 핵심인물 가계도.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 마즈가문 핵심인물 가계도.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마즈 가문은 독특한 가풍으로 익히 유명하다. ‘5대 원칙’인 품질, 책임, 상호주의, 효율, 자유 등이 그것이다. 이 중 ‘상호주의’는 2세 경영인인 포레스트 시니어가 1947년 제시한 개념으로 기업이 주주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직원, 협력업체가 모두 이익을 나눠야 한다는 철학이다. 앞서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은 ‘상호주의’를 높게 평가하며 마즈를 가족 기업의 모범 사례로 다루기도 했다.

 

‘자유’ 원칙은 마즈의 무차입 경영 철학과 직결된다. 외부 주주의 단기 실적 압박에 휘둘리지 않고 선대로부터 이어 받은 완벽한 품질 경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경영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게 마즈 가문의 판단이다. 앞서 폴 웨이라우흐 마즈 CEO는 미국 경제지 포춘(Fortune) 등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 “가문은 이익의 90% 이상을 회사에 남겨둔다”며 “상장기업처럼 과도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돈을 쓰지 않고 마즈에 재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마즈 가문은 재무 성과와 사회적 영향을 함께 평가하는 ‘마즈 컴퍼스’를 운영하며 분기가 아닌 세대 단위로 경영 계획을 세우고 있다. 철저한 내부 자금 활용 덕분에 마즈는 리글리(Wrigley) 껌 인수, 동물병원 운영업체 VCA 인수 등 굵직한 확장 속에서도 보수적인 재무구조를 지켜낼 수 있었다.

 

그런데 원칙을 중시하는 마즈 가문 특유의 보수적 경영 철학은 켈라노바 인수를 기점으로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마즈는 2024년 8월 켈라노바를 주당 83.50달러, 총 359억 달러(순부채 포함)에 현금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켈라노바는 프링글스, 치즈잇, 팝타르트 등 세계적인 디저트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이다. 전체 매출의 약 50%를 미국 외 다른 나라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  2015년 4월 29일 영국 윈저성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왼쪽)으로부터 명예 대영제국 기사사령관 훈장을 받고 있는 존 마즈. [사진=Forbes]
▲ 2015년 4월 29일 영국 윈저성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왼쪽)으로부터 명예 대영제국 기사사령관 훈장을 받고 있는 존 마즈. [사진=Forbes]

 

미국 식품업계에선 마즈가 초콜릿에 치중된 제품군을 스낵(Savory Snack)으로 다변화하고 해외 유통망을 강화하기 위해 뼈를 깎는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마즈가 켈라노바 인수를 위해 미국 투자등급 채권 시장에서 무려 26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기 때문이다. 100년 넘게 이어 온 무차입 경영의 원칙을 스스로 허문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즈의 회사채 판매 당시 투자자 주문이 실제 발행액의 4.4배를 기록할 정도로 수요가 폭발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가족 기업은 창업자 개인에게 권한이 집중돼 승계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마즈는 잡음이 전혀 없었다”며 “마즈의 성장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브랜드 투자와 해외시장 확대 같은 장기 전략을 뚝심 있게 밀어붙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무차입 원칙을 깬 것은 글로벌 스낵 시장의 지각변동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승부수로 보인다”며 “이전과 달리 막대한 이자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 켈라노바의 화학적 결합과 약속한 부채 감축 계획만 신속하게 이행한다면 충분히 제2의 전성기도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Q&A
Q1. 마즈(Mars) 가문의 창업 역사와 글로벌 베스트셀러 브랜드인 ‘스니커즈’ 및 ‘밀키웨이’의 탄생 배경은?
A. 1911년 프랭클린 클래런스 프랭크 마즈가 워싱턴주 터코마의 평범한 가정집 부엌에서 버터크림 캔디를 만들어 팔며 사업의 기틀을 다졌다. 그가 운영하던 대형 목장 ‘밀키웨이 팜’에서 아끼던 경주마 이름인 ‘스니커즈’를 따와 초콜릿 브랜드로 만들었고 아들 포레스트 마즈 시니어가 1923년 '밀키웨이' 바를 출시해 대성공을 거뒀다.
Q2. 마즈가 완벽한 비상장 체제를 유지하며 고수해 온 ‘5대 원칙’과 이익 재투자 중심의 재무 운용 방식은?
A. 품질, 책임, 상호주의, 효율, 자유라는 5대 원칙과 재무·사회적 영향을 함께 평가하는 ‘마즈 컴퍼스’를 바탕으로 세대 단위 경영을 펼친다. 과도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대신 이익의 90% 이상을 회사에 남겨 재투자하는 철저한 내부 자금 활용으로 1세기 넘게 무차입 경영을 지탱했다.
Q3. 전문가들이 분석한 마즈의 100년 가족 소유 비상장 체제 성공 요인은?
A. 상장하지 않아 주가나 분기 실적 압박 없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장기 전략을 뚝심 있게 밀어붙일 수 있었다. 또한 창업자 개인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일반 가족 기업과 달리 가족의 소유권과 전문경영인 시스템을 조화롭게 결합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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