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로 국내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가운데 중국인 유학생이 빠르게 늘었던 중앙대학교에선 최근 중국인 유학생이 급감하면서 원룸시장과 상권이 침체를 겪고 있다. 수년간 중국인 유학생이 흑석동 일대에서 주요 임차·소비 수요층 중 하나로 자리 잡았지만 새롭게 방을 구하고 소비할 학생이 줄면서 신학기 이후에도 원룸 매물이 상당수 남고 일부 임대인은 월세를 낮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KB부동산에 따르면 현재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등록된 원룸 월세 매물은 105개다. 현지 부동산업계에선 통상 신학기가 시작되면 학생들의 임대차 계약이 상당 부분 마무리돼 원룸 매물을 찾기 쉽지 않았지만 올해는 개강 이후에도 100개가 넘는 월세 매물이 시장에 남아 있다고 토로했다.
부동산업계에선 원룸 수요가 급감한 이유로 신규 중국인 유학생 감소를 지목하고 있다. 수년간 흑석동 원룸시장에서 일정한 임차 수요를 형성했던 중국인 유학생의 신규 유입이 줄면서 신학기 수요도 예년만 못하다는 설명이다.
김문수 조합부동산 대표는 “과거에는 중국인 유학생이 많을 때 2000명 이상 있었는데 최근에는 신규로 들어오는 학생들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그렇다 보니 신학기가 개강한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예전보다 원룸 매물이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일부 임대인은 월세를 낮추며 대응하고 있다. 기존 임대료를 고수한 채 공실을 장기간 떠안기보다 가격을 조정해 세입자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가격이 낮아지면서 기존 학생들이 더 저렴한 방으로 옮기는 움직임은 있지만 신규 임차 수요 자체가 감소해 공실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임대인들에게도 공실로 놔두기보다는 중국인 유학생이 예년보다 줄어 지난해와 같은 가격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가격을 낮춰 거래할 것을 권하고 있다”며 “가격이 내려가자 기존 학생들이 더 저렴해진 방으로 옮겨가는 수요는 있지만 새로 들어와 방을 구하는 중국인 유학생 자체가 줄어 신규 임차 수요는 예전보다 확실히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중앙대 주변이 중국인 유학생 수 변화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배경에는 지난 10여년간 빠르게 늘어난 외국인 유학생 규모가 지목된다. 중앙대 서울캠퍼스 중국인 학생은 2015년 1146명에서 2016년 1652명으로 1년 만에 약 44% 증가했고 2019년에는 3199명까지 늘었다. 2024년 기준 중앙대 전체 외국인 유학생도 4480명에 달했다. 모든 외국인 학생이 흑석동에 거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숙사에 수용되지 못한 상당수 학생이 주변에서 주거지를 구하고 생활비를 지출하면서 원룸과 음식점, 카페 등의 추가 수요를 형성해 왔다.
실제 중국인 유학생 감소를 체감하는 목소리는 대학 인근 상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중앙대병원 인근에서 중국계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이전에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자주 찾아와 음료를 사 마셨는데 최근에는 한국 학생들의 비중이 더 높아진 것 같다”며 “예전과 비교하면 매장을 찾는 중국인 유학생이 확실히 줄어든 게 체감된다”고 말했다.
학생들 역시 캠퍼스 안팎에서 비슷한 변화를 느끼고 있다. 김나연 씨(23·여)는 “예전에는 수업을 들을 때 중국인 학생들이 많았는데 개강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 건지 이번 학기에는 거의 못 본 것 같다”며 “학교 주변에서도 예전만큼 중국인 유학생들을 자주 마주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비·주거비 따져 대학 선택 다양화…유학생 감소에 상권 소비까지 흔들
중국인 유학생의 신규 유입이 줄어든 배경을 두고 현장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앙대가 외국인 유학생에게 1000만원가량의 예치금을 요구하면서 유학생 유입이 감소했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중앙대 측에 확인한 결과 해당 제도는 운영되고 있지 않았고 향후 도입 계획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부동산업계에서는 오히려 중국인 유학생들의 대학 선택지가 과거보다 다양해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상대적으로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이 낮은 대학가를 선택하거나 지방 대학으로 이동하면서 과거 일부 대학에 집중됐던 수요가 분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어학당에서 한국어 과정을 이수한 뒤 본과에 진학하는 과정에서도 기존 대학에 그대로 남기보다 학비와 주거비, 생활비를 종합적으로 따져 다른 대학을 선택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중국 학생들에게는 특정 대학을 반드시 나와야 한다기보다 한국 대학에서 공부했다는 경력을 원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렇다 보니 어학당을 졸업한 이후에는 주거비나 생활비가 비싼 곳을 고집하기보다 비용이 저렴한 대학과 지역으로 이동하는 학생들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외국인 유학생이 단순한 학내 구성원을 넘어 대학가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학교 주변에서 주거비뿐 아니라 식비, 카페·편의점 이용, 쇼핑 등 반복적인 소비로 이어진다. 특정 대학가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일정 규모 이상 늘어난 뒤 신규 유입이 줄어들면 가장 먼저 원룸과 음식점, 카페 등 학생 의존도가 높은 업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인 유학생은 주거비와 식비, 교통비, 쇼핑비 등 생활 전반에서 지역 내 소비를 발생시키는 집단이다”며 “대학가 음식점과 카페, 편의점 등은 학생 수 변화에 민감한 만큼 중국인 유학생 감소가 일정 기간 지속되면 상권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학적으로는 지역 내 소비의 승수효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유학생의 소비 감소가 소상공인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다시 고용과 소득, 추가 소비 감소로 연결되면서 지역경제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다만 내국인 학생이나 다른 소비자가 기존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만큼 실제 영향을 판단하려면 유학생 감소 규모와 1인당 지역 소비액, 해당 상권의 외국인 의존도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외국인 유학생이 늘어나고 이들이 학교 주변에서 거주 공간을 찾게 되면 자연스럽게 주택 수요가 증가해 임대료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반대로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의 설명처럼 유학생 감소로 임차 수요가 줄어들 경우 집주인들도 공실로 남겨두기보다는 임대료를 낮춰 세입자를 구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한정된 원룸 공급에 비해 임차 수요가 줄어들면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임대료에도 하방 압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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