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년층 사이에서 ‘피자설기’가 인기를 끌면서 전통시장이 뜻밖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 피자설기를 판매하는 떡집 상당수가 전통시장 안에 자리 잡고 있다 보니 SNS에서 제품을 접한 2030세대가 직접 맛보기 위해 시장을 찾는 이른바 ‘시장 원정’에 나서고 있어서다. 특히 피자설기를 구매한 뒤 시장 내 다른 먹거리나 점포까지 둘러보는 방문객도 적지 않아 젊은층에게 외면받던 전통시장에 새로운 유입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피자설기’는 하얀 백설기 위에 토마토소스와 치즈, 햄 등 피자 토핑을 올린 이색 떡이다. 부산 ‘영도다리떡방’ 등 일부 떡집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피자설기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먼저 화제를 모은 뒤 인증 사진과 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국내 젊은층의 관심까지 끌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의 떡집에서도 비슷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SNS에서도 피자설기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피자설기’를 검색하면 1000개가 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으며 피자설기를 소개한 일부 릴스 영상은 조회수 약 119만회를 기록했다. 게시물에는 직접 피자설기를 구매하기 위해 떡집을 찾은 후기와 제품의 맛과 가격 등을 소개하는 내용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몇 시에 방문해야 갓 나온 따뜻한 피자설기를 구매할 수 있는지, 어느 시간대에 찾아가야 긴 대기 줄 없이 구매할 수 있는지 등 직접 방문한 사람들만 알 수 있는 구체적인 구매 정보까지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청년층 사이에서는 SNS에서 유명해진 피자설기 가게를 직접 찾아가는 것도 하나의 유행처럼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피자설기는 전문 디저트 매장보다 기존 떡집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유명 점포 상당수가 전통시장 안에 자리하고 있다. 실제 SNS에서 피자설기 성지로 이름을 알린 점포 10곳의 위치를 살펴본 결과 5곳이 전통시장 내부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면목시장 ‘제일떡집’, ‘낙원미가’, 우림시장 내 ‘우림떡집’, 인천 부평시장 ‘성심떡집’, ‘풍년떡집’ 등이 있다.
9일 오전 10시 르데스크가 방문한 서울 중랑구 면목시장 내 피자설기 유명 점포 앞에는 이른 시간부터 제품을 구매하려는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대기 행렬에서는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떡이 나오기를 기다리거나 가게를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찍는 청년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몰려드는 손님을 위해 별도의 피자설기 대기 공간을 마련해 놓은 매장도 있었다.
다른 유명 점포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평일 오전임에도 피자설기를 구매하려는 손님들이 몰리면서 매장 앞에서 시작된 대기 행렬이 인근 공영주차장까지 이어져 있었다. 평소와 달리 떡집 앞에 긴 줄이 늘어서자 지나가던 주민들이 “무슨 줄이냐”, “뭘 사려고 기다리는 것이냐”고 묻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기 행렬에는 평소 떡을 구매하기 위해 전통시장을 찾는 중장년층뿐 아니라 피자설기를 맛보기 위해 일부러 시장을 찾은 젊은 손님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SNS에서 유명세를 얻은 떡집 대표 이금순 씨(61·여)는 “몇 달 전부터 피자설기가 유명해지기 시작해 우리도 제품을 출시했는데 평일에는 만들어 놓기가 무섭게 팔리고 주말에는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서기도 한다”며 “피자설기 출시 전후를 비교해보면 확실히 젊은 손님들이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이어 “예전에는 시장을 찾는 중장년층이나 단골손님들이 떡을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에는 SNS를 보고 피자설기를 사러 일부러 찾아오는 젊은 손님들이 많다”며 “지인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한꺼번에 여러 개를 사거나 피자설기와 함께 다른 떡까지 구매하는 손님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면목동에 거주하는 양주현 씨(65·여)는 “피자설기가 유행한다고 해서 시장에서 장도 볼 겸 찾아왔는데 평일 낮인데도 줄이 길게 늘어서 있어 놀랐다”며 “평소 시장에 자주 오는 편인데 최근에는 예전보다 젊은 사람들이 떡집 주변에서 줄을 서거나 사진을 찍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피자설기를 찾아온 젊은층의 발길은 떡집에만 머물지 않고 시장과 인근 상권으로 이어지고 있다. 피자설기를 구매한 뒤 곧장 자리를 떠나기보다 시장을 둘러보거나 주변 먹거리 점포와 카페 등을 함께 이용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어서다. 시장 내부에서는 피자설기를 손에 든 채 다른 점포를 둘러보거나 추가로 먹거리를 구매하는 젊은 방문객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박지수 씨(23·여)는 “학교에 가기 전에 잠깐 들러 피자설기를 사러 왔다”며 “가격도 2000원밖에 하지 않아 아직 먹어보지 못한 친구들 것까지 함께 사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많지 않아 시장 내 다른 점포까지 둘러보지는 못할 것 같다”면서도 “온 김에 주변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 정도는 사서 갈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주변 상인들도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떡집 인근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예전에는 평일 낮이면 장을 보러 온 동네 주민들이 손님의 대부분이었는데 피자설기가 유명해진 뒤 떡을 사러 왔다가 주변 가게까지 둘러보는 젊은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주말에는 피자설기를 기다리는 동안 다른 먹거리를 사가는 손님들도 있어 주변 가게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피자설기와 같은 특정 먹거리의 인기가 젊은층에게 전통시장을 찾을 새로운 방문 동기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동안 전통시장과 접점이 적었던 소비자들이 SNS에서 접한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직접 시장을 찾고 주변 점포까지 함께 이용하면서 시장 전체의 소비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젊은 소비자들은 SNS에서 화제가 된 상품을 단순히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해당 장소를 찾아가 경험하고 이를 다시 SNS에 공유하는 소비 성향을 보이고 있다”며 “특정 상품을 구매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된 방문이라도 시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주변 점포를 둘러보거나 다른 상품을 구매하는 추가적인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통시장 입장에서는 평소 시장을 방문하지 않던 젊은 소비자에게 시장을 경험하게 만드는 계기가 생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으려면 피자설기를 통해 유입된 소비자들이 시장의 다른 상품과 점포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먹거리나 볼거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함께 마련해 재방문으로 연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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