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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리그’ 된 사모시장…해외는 문 여는데, 한국은 진입장벽 여전
‘부자들의 리그’ 된 사모시장…해외는 문 여는데, 한국은 진입장벽 여전

국내 사모펀드 시장이 비상장주식과 사모대출, 인프라 등으로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일반투자자의 접근 기회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높은 진입장벽이 마련됐지만 자산 규모와 투자금액 중심의 기준이 금융지식과 투자경험을 갖춘 개인까지 배제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021년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에는 기존 전문투자형·경영참여형 사모펀드 구분이 폐지되고 투자자 기준에 따라 ‘일반 사모펀드’와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체계가 재편됐다. 일반투자자는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할 경우 일반 사모펀드에는 참여할 수 있지만 기관전용 사모펀드에는 참여할 수 없도록 하면서 오히려 역차별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산 규모로 투자자 구분하는 한국…美·EU는 ‘전문성·상품’으로 구분

 

국내 사모펀드 규제는 투자자가 감당할 수 있는 손실 규모를 자산이나 투자금액을 통해 판단하고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면 사모펀드에 참여할 수 있지만, 자산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면 금융 전문지식이나 풍부한 투자경험을 갖추고 있더라도 진입이 제한되는 구조다.

 

이와 달리 미국은 투자자의 경제력과 함께 금융 전문성을 별도 기준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확대해왔다. 미국에서 개인이 적격투자자가 되기 위한 대표적인 기준은 주거용 주택을 제외한 순자산 100만달러(약 14억원) 초과, 최근 2년간 개인소득 20만달러(약 2억8000만원) 또는 배우자·파트너와 합산소득 30만달러(약 4억2000만원) 초과 등이다.

 

그러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0년 제도를 개정해 일정한 금융전문자격을 보유한 개인과 사모펀드 관련 전문성을 가진 금융회사 임직원도 재산·소득요건과 관계없이 적격투자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8월엔 등록 폐쇄형 재간접펀드에 대해 적격투자자 자격과 최소 2만5000달러(약 3500만원) 투자요건을 등록심사 과정에서 더 이상 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 국내 사모펀드 규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면 사모펀드에 참여할 수 있지만, 자산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면 금융 전문지식이나 풍부한 투자경험을 갖추고 있더라도 진입이 제한된다. [사진=연합뉴스]
▲ 국내 사모펀드 규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면 사모펀드에 참여할 수 있지만, 자산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면 금융 전문지식이나 풍부한 투자경험을 갖추고 있더라도 진입이 제한된다. [사진=연합뉴스]

  

직접투자 자격과 별개로 일반투자자의 간접 접근도 확대하고 있다. 직접투자 자격과 별개로 일반투자자의 간접 접근도 확대하고 있다. 비상장·중소기업 등에 투자하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와 일정한 주기에만 환매할 수 있는 폐쇄형펀드 등을 활용해 일반투자자가 비상장기업이나 사모대출 등에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EU는 투자자 개인의 자산규모보다 규제된 상품을 통한 접근 확대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대표적인 제도가 장기투자펀드인 ELTIF(European Long-Term Investment Fund)다. ELTIF는 비상장기업과 사모자산, 인프라 등에 투자하면서 일반투자자에게 장기 투자기회를 제공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특히 2024년부터 적용된 ELTIF 2.0은 일반투자자의 최소 1만유로(약 1600만원) 투자요건과 금융상품 포트폴리오의 10% 투자한도를 폐지했다. 대신 MiFID II에 따른 적합성 평가와 서면 경고, 분산투자, 유동성 관리 등을 강화했다. 투자금액 자체로 시장 진입을 제한하기보다 투자자에게 상품이 적합한지, 상품 구조가 위험을 적절히 통제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규제 방식을 바꾼 것이다.

 

싱가포르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기존에는 기관투자자와 적격투자자(AI)를 중심으로 사모시장 접근을 허용했지만 일반투자자가 규제된 장기투자펀드(LIF)를 통해 사모주식·사모대출·인프라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LIF는 운용사 전문성, 분산투자, 독립적 가치평가, 유동성 관리, 위험공시 등 투자자 보호장치를 패키지로 적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부자만 성장자산 투자” 논란…직접·간접 투자 ‘투트랙’ 대안

 

국내의 높은 진입장벽이 형성된 배경에는 투자자 보호가 지목된다. 사모자산은 공모주식이나 채권보다 공개되는 정보가 적어 정확한 가치평가가 어려울 뿐 아니라 원하는 시점에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경험한 상황에서 단순히 최소투자금액을 낮추거나 일반투자자에게 직접투자를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만 사모시장이 계속 성장하는 상황에서 자산규모만을 기준으로 투자기회를 제한할 경우 또 다른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상장기업이 성장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사모대출과 인프라 등 장기자산 시장이 확대될수록 관련 투자수익의 상당 부분을 기관투자자와 고액자산가가 먼저 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투자자는 기업이 충분히 성장해 상장한 이후에야 투자할 수 있어 초기 성장 단계에서 발생하는 수익기회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사모시장이 계속 성장하는 상황에서 자산규모만을 기준으로 투자기회를 제한할 경우 또 다른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 사모시장이 계속 성장하는 상황에서 자산규모만을 기준으로 투자기회를 제한할 경우 또 다른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직접투자와 간접투자를 구분하는 이원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성과 위험 감수 능력을 갖춘 투자자에게는 직접투자 문호를 점진적으로 넓히고, 일반투자자에게는 규제된 집합투자기구를 통해 사모자산에 간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전문투자자 판단에서도 미국처럼 금융투자 관련 전문자격과 투자경험, 직업적 전문성을 함께 반영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단순히 얼마를 투자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사모자산의 구조와 위험을 실제로 이해할 수 있는지를 자격 판단에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일반투자자에게는 EU의 ELTIF나 싱가포르의 LIF와 같은 규제된 간접투자 상품이 대안으로 꼽힌다. 비상장주식과 사모대출, 인프라 등에 투자하는 장기펀드나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를 활성화하되 운용사의 전문성, 분산투자, 독립적 가치평가, 레버리지 제한, 충분한 위험공시 등을 함께 적용하는 방식이다.

 

유동성 관리를 위해 투자자에게 명확한 고지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간 매각하기 어려운 사모자산을 보유하면서 투자자에게 언제든 환매를 허용할 경우 시장 충격 시 대규모 환매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 라임 사태에서도 비유동성 자산과 개방형 펀드의 유동성 불일치가 주요 문제로 지적됐다. 일반투자자용 사모자산 상품은 기초자산의 유동성에 맞춰 환매주기를 설계하고 투자금 회수가 제한될 가능성을 명확하게 고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사모펀드 정책의 쟁점은 투자자 보호를 완화할 것인지 여부가 아니라 투자 기회를 어떤 방식으로 넓힐 것인지에 가깝다”며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마련된 보호장치를 유지하면서도 자산과 투자금액만으로 투자자격을 구분하는 체계를 보완하고, 일반투자자가 충분히 규제되고 분산된 상품을 통해 사모자산의 성장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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