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당산2동 당산역 7번 출구 일대 노후 빌라 가격이 재개발 기대감에 들썩이고 있다. 아직 조합설립인가도 받지 않은 사업 초기 단계지만 한강과 가깝고 여의도·목동 등 주요 업무·주거지역으로 이동하기 편리한 입지가 부각되면서 향후 신축 아파트 입주와 가격 상승을 기대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15일 르데스크가 당산1구역 일대를 취재한 결과 재개발 기대감과 노후한 주거환경이 곳곳에서 동시에 확인됐다. 구역 내부에는 오래된 빌라와 단독주택이 밀집해 있었고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도로와 골목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노후 빌라가 모여 있는 주택가 곳곳에는 ‘당산1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 명의의 현수막이 걸려 있어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재개발 기대감이 커지면서 당산1구역 내 빌라 가격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15일 KB부동산에 따르면 당산1구역 내 전용면적 44㎡ 빌라는 현재 11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같은 면적의 빌라가 지난 7월 9억50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불과 두 달 만에 호가가 1억5000만원 높아진 셈이다. 지난 7월 31일에는 전용면적 29㎡ 빌라가 8억4700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지난달 24일 동일 면적 빌라가 10억원에 손바뀜됐다. 약 한 달 만에 실거래가격이 1억5300만원, 18.1%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당산2동 일대에 관심을 보이는 배경에는 뛰어난 입지와 상대적으로 낙후된 주거환경이 동시에 지목된다. 교통과 직주근접 측면에서는 높은 경쟁력을 갖췄지만 곳곳에 노후 빌라와 단독주택이 남아 있어 재개발이 완료될 경우 주거환경 개선과 함께 자산가치도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지하철 2·9호선 환승역인 당산역과 2·5호선 환승역인 영등포구청역을 끼고 있는 당산동은 서울에서도 교통 접근성이 뛰어난 지역으로 꼽힌다. 여의도와 영등포, 목동 등 주요 업무·주거지역과 가까운 데다 강남권으로 이동하기도 편리해 직장인을 중심으로 꾸준한 주거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교통 인프라가 추가로 확충되면서 접근성은 더욱 개선됐다. 지난 2024년 올림픽대로와 노들로 사이에 당산역 광역환승센터가 개통되면서 김포·인천 등 수도권 서부지역을 오가는 광역버스와 지하철 2·9호선 간 환승이 한층 편리해졌다. 광역버스가 올림픽대로에서 곧바로 환승센터로 진입할 수 있어 도심 도로를 우회할 필요가 줄어든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당산1구역은 현재 지난해 12월 추진위원회 승인 이후 조합설립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향후 조합설립인가를 받더라도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주·철거, 착공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 신축 아파트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다 보니 당산1구역 내에서는 재개발 자체를 반대하기보다 재개발 기대감으로 기존 주택가격이 오른 시점에 시세차익을 실현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 분담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주택을 처분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노후 빌라와 단독주택은 종전자산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어 향후 공사비와 조합원 분양가가 높아질수록 추가 분담금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 이후 신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을 기대하게 만드는 사례도 인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8년 당산 상아아파트를 재건축해 공급된 당산센트럴아이파크의 당시 3.3㎡당 평균 분양가는 약 2870만원으로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는 약 8억8500만~8억9700만원이었다. 이후 입주를 마치고 지역 내 신축 아파트로 자리 잡으면서 가격도 크게 올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당산센트럴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 7월 25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분양 당시와 비교하면 약 16억원 이상 오른 가격으로 8년 만에 몸값이 약 3배 수준으로 뛴 셈이다. 당산1구역 역시 사업 완료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재개발 이후 신축 아파트로 탈바꿈할 경우 현재 노후 빌라보다 자산가치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매수세를 자극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정현갑 원부동산 대표는 “지금 재개발, 재건축 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로 손꼽히는 점은 공사비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점이다”며 “기존 주민 중에는 재개발을 반대해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향후 부담해야 할 분담금이 커질 것으로 보고 가격이 오른 지금 집을 팔고 떠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빌라와 단독주택이 많은 재개발 지역은 기존 자산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소유자도 있기 때문에 분담금이 커지면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주민이 생길 수 있다”며 “결국 기존 주민이 매도한 주택을 자금력이 있는 사람이 매입해 향후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는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요 정비사업장에서는 3.3㎡당 공사비가 1000만원을 넘어서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압구정2구역은 1150만원,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1120만원,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와 2지구는 각각 1132만원과 1160만원 수준의 공사비를 제시했다. 당산1구역 역시 아직 조합설립인가 이전 단계인 만큼 향후 시공사 선정과 사업 추진 과정에서 공사비가 어느 수준으로 책정될지가 조합원 추가분담금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당산1구역처럼 사업 초기 단계인 재개발 지역에 투자할 경우 현재 빌라 가격과 향후 신축 아파트 가격의 단순 차이만으로 투자수익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당산동은 여의도와 가까운 데다 교통 여건도 양호해 재개발을 통해 주거환경이 개선될 경우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지역이다”며 “이러한 입지적 장점 때문에 사업 초기 단계부터 향후 신축 아파트의 가치 상승을 기대한 투자 수요가 유입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재개발 투자는 현재 빌라 매입가격과 향후 신축 아파트의 예상가격만 비교해서 수익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사업이 장기간 진행되는 과정에서 공사비 상승과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추가 분담금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종전자산평가액과 권리가액, 예상 분담금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실제 총투자비가 어느 정도가 될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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