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자치단체가 생활 안정과 지역 소비 진작을 위해 추석 민생지원금을 지급하는 가운데 지원금의 반복 지급을 둘러싼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르데스크가 서울 6개 지역에서 시민 3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 앙케이트에서는 214명(70.4%)이 지원금 재지급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대학생 집단에서는 찬성이 근소하게 앞섰지만 20대 직장인 및 3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나머지 연령 집단에서는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반대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반복적인 현금성 지원이 결국 미래세대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지원금을 폭넓게 나눠주기보다 청년 일자리와 취약계층처럼 지원 필요성이 높은 분야에 재정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대학생은 재지급 찬성 근소 우세…직장인·중장년층은 반대 다수
르데스크는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신촌·탑골공원·동묘·여의도공원·고속버스터미널·명동에서 시민 304명을 대상으로 거리 스티커 설문(20대 대학생 77명, 20대 직장인 및 30대 75명, 40~50대 77명, 60대 이상 75명·현장 스티커 설문·통계적 대표성 없음)을 진행했다. 지원금 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와 향후 재지급에 대한 찬반을 각각 물었다.
지원금 정책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 120명, 부정 184명으로 각각 39.5%와 60.5%를 기록했다. 향후 지원금을 다시 지급하는 데 대해서는 찬성 90명, 반대 214명으로 각각 29.6%와 70.4%였다. 지원금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 가운데서도 추가 지급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 사람이 있었던 셈이다.
연령별로는 대학생 집단에서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20대 대학생 77명 가운데 45명인 58.4%가 기존 지원금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재지급 여부에 대해서는 찬성 40명, 반대 37명으로 찬성이 세 표 앞섰다. 정책 자체에 대한 평가에서는 긍정이 비교적 뚜렷하게 우세했지만 향후 추가 지급에 대해서는 의견이 거의 절반으로 나뉘었다.
반면 나머지 집단에서는 재지급 반대 의견이 뚜렷했다. 20대 직장인 및 30대는 75명 가운데 57명인 76%가 재지급에 반대했고 40~50대는 77명 중 59명인 76.6%가 반대했다. 60대 이상은 75명 가운데 61명인 81.3%가 반대해 네 집단 중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기존 지원금 정책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비율도 각각 60%, 62.3%, 78.7%로 집계됐다. 세 집단 모두 정책 자체에 대한 부정 평가보다 향후 재지급에 대한 반대 비율이 더 높았다.
대학생들의 긍정적인 반응에는 생활비 등 직접적인 경제적 도움에 대한 기대가 담겼다. 이연희 씨(21·여)는 “대학생들은 아직까지 지원금을 받는 게 더 좋은 것 같다”며 “김해에서 상경했는데 부모님이 지원금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솔직히 조금 부러웠다”고 말했다.
유민지 씨(22·여·가명)도 “확실히 받으면 용돈 받는 기분이라 좋다”며 “최근에 민생지원금으로 소비가 촉진된다는 기사를 봤는데 경제가 어려울 때는 적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기적인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대학생 입장에서는 수십만원의 지원금이 생활비와 소비 여력에 미치는 영향이 직장인보다 크게 체감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같은 대학생 집단에서도 반복적인 지급에 대해서는 의문이 나왔다. 서민호 씨(26·남)는 코로나19 당시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지급은 이해하지만 이후 민생지원금에는 표를 의식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주민우 씨(23·남)는 “뭔가 최근에 막 주는 감이 있는 것 같다”며 “정치는 아예 모르는데 이렇게 줘도 남는 게 있나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지원금을 받는 개인적인 이익과 별개로 정책의 목적과 재원, 지속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20대 직장인 및 30대 응답자 사이에서는 현금성 지원보다 고용 기반을 강화하는 정책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한 응답자는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일회성 지원금을 지급하기보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취업 지원 정책에 재원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른 응답자는 최근 각종 지원금 정책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며 이러한 방식이 경제 전반에 어느 정도 효과를 내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시적으로 지출 여력을 늘리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재정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40~50대에서는 지원 필요성 자체보다 대상을 어떻게 선정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주로 나왔다. 한 응답자는 장애인이나 저소득층처럼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지원하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전 국민을 폭넓게 대상으로 하는 방식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다른 응답자 역시 코로나19 당시 경제활동이 사실상 멈춘 상황에서 이뤄진 지원과 이후 반복되는 지원은 별개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긴급상황 대응이나 취약계층 보호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지원 범위를 넓혀 반복적으로 지급하는 데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60대 이상에서도 의견은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 이윤덕 씨(82·여)는 “일단은 주는 게 무조건 좋다”며 “자영업자들도 확실히 이것 때문에 좀 먹고사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소비 여력이 늘면 동네 상점이나 음식점 등 지역 자영업자의 매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반면 김갑현 씨(67·남)는 “이게 미래 후손들한테 다 빚이 되는 건데 우리 살자고 좋아하면 안 된다”며 “돈을 이용해서 정치를 하는 건 결코 옳지 않다”고 말했다. 김미숙 씨(70·여)는 “10만~20만원으로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며 “이렇게 전 국민을 대상으로 주는 것은 일회성 용돈 지급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같은 고령층에서도 당장의 생활비·소비 효과를 중시하는 입장과 재정 부담 및 정책 효과를 우려하는 입장이 나뉜 것이다.
코로나 긴급지원에서 소비쿠폰·고유가 대응으로…이어진 현금성 지원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생활 안정과 소비 회복 등을 목적으로 여러 형태의 지원금을 지급해왔다.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가구원 수에 따라 1인 가구 40만원부터 4인 이상 가구 100만원까지 지급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활동과 소비가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가계의 생활 안정을 지원하고 지역경제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2021년에는 일정 기준을 충족한 국민을 대상으로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이 시행됐다. 지원 규모는 1인당 25만원으로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이었다. 당시 건강보험료 등을 활용해 대상자를 선정했으며 신용·체크카드 충전이나 지역사랑상품권 등의 방식으로 지급됐다.
2025년에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도입됐다. 1차로 일반 국민에게 기본 15만원을 지급하고 차상위계층·한부모가족과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지원액을 높였다. 비수도권과 농어촌 인구감소지역에는 추가 지원을 적용했다. 이후 2차 지급에서는 국민 90%를 대상으로 1인당 10만원을 추가 지급해 최종 지원액은 소득과 거주지역 등에 따라 1인당 15만~55만원으로 달라졌다.
올해에는 고유가·고환율·고물가에 따른 서민층의 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시행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체 국민의 70%를 대상으로 소득과 거주지역 등을 고려해 1인당 10만~60만원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설계됐으며 총예산은 6조1000억원이다. 신용·체크카드와 선불카드는 유흥·사행업종 등을 제외한 연 매출액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매장 등을 중심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가계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추석을 앞두고는 일부 지자체가 별도의 민생지원금 지급에 나섰다. 전북 완주군은 거주 요건을 충족한 군민 등에게 1인당 30만원을 지급하고 전남 함평군은 50만원, 경남 통영시는 35만원을 지급한다. 충북 영동군과 전북 고창군은 각각 30만원, 경북 문경시는 ‘고유가 위기 대응 지원금’ 명목으로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며 강원 속초시는 20만원을 지원한다. 같은 추석을 앞두고 지급하는 지원금이지만 지역별 재정 여건과 정책 판단에 따라 지원 규모에는 상당한 차이가 나타나는 셈이다.
지원금 정책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위기 상황에서 시작해 소비 진작과 물가 부담 완화 등으로 목적을 달리하며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평가 기준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감염병 확산이나 급격한 물가 상승처럼 명확한 위기 상황에서는 재정 지원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지원 대상을 어디까지 넓힐 것인지, 얼마나 자주 지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현장에서 함께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지원금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배경 가운데 하나로 물가 상승과 가계의 이자 부담을 지목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돈 몇 푼을 받아도 그에 못지않게 높은 금리로 이자를 더 물게 된다”며 “가계부채가 많은 만큼 국민들이 이런 부담을 모를 리가 없다”고 말했다. 현금성 지원을 통해 당장 생활비 부담을 일부 덜 수 있더라도 물가와 금리 부담이 함께 커질 경우 가계가 체감하는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국가채무 확대에 따른 미래세대 부담 역시 시민들의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국가채무 구조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그 부담이 젊은이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국민들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원금을 받는 당장의 편익뿐 아니라 재원 마련 방식과 향후 재정 부담까지 함께 고려하기 시작하면서 지원금 정책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판단 기준도 과거 코로나19 초기와 달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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