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가락동 일대 노후 아파트들이 잇따라 대규모 재건축에 돌입하면서 지역 전월세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현재 이주가 진행 중인 재건축 단지만 1000가구가 넘는 가운데 자녀 교육과 직장, 생활 인프라 등을 이유로 기존 생활권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주민들이 가락동과 인근 지역의 전월세 주택으로 몰리고 있어서다. 향후 추가로 이주를 앞둔 재건축 단지까지 있어 전월세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르데스크 취재에 따르면 현재 가락동과 인접 지역에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으로 이주가 진행 중이거나 이주를 앞둔 단지는 약 5곳이다. 가락동은 대규모 재개발보다는 노후 아파트 재건축과 저층 주거지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정비사업이 주를 이루는 지역이다. 최근 주요 노후 단지의 재건축 사업이 잇따라 이주 단계에 접어들면서 수백가구에 달하는 주거 이동 수요가 순차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삼환가락아파트는 올해 2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이후 현재 재건축을 위한 주민 이주가 진행되고 있다. 기존 648가구 규모인 삼환가락아파트는 재건축을 통해 1101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인근 가락미륭아파트에서도 재건축을 위한 주민 이주가 진행되고 있다. 가락미륭아파트는 올해 초 이주비 대출을 위한 금융기관을 선정한 뒤 본격적인 이주 절차에 돌입했다. 기존 435가구 규모인 단지는 향후 포스코이앤씨 시공을 통해 614가구 규모의 새 아파트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대규모 이주 수요는 가락동 일대 전월세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 재건축을 위해 집을 비워야 하는 주민 상당수가 다른 지역으로 생활권을 옮기기보다 기존에 거주하던 가락동이나 송파구 내에서 임시 거처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거주하면서 자녀 학교와 직장, 병원, 상권 등 생활 기반이 형성된 데다 재건축 이후 기존 단지로 돌아올 예정인 만큼 수년간의 이주 기간을 위해 생활권 자체를 바꾸려는 수요가 많지 않다는 게 현지 부동산업계의 설명이다.
가락동 김형복 희망부동산 대표는 “가락동은 송파구내 다른 지역보다 원래도 전월세 수요가 강한 편인데 재건축 단지들의 이주까지 시작되면서 집을 구하려는 사람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한 단지가 끝난다고 이주 수요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른 단지들이 순차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10년 정도 이런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거래량에서도 가락동에 집중된 전세 수요가 확인된다. 부동산 거래 플랫폼 호갱노노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가락동 전세 거래량은 117건으로 송파구 13개 동 가운데 잠실동(159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같은 기간 방이동은 39건, 송파동은 25건으로 각각 8위와 10위를 기록했다. 가락동의 전세 거래량은 방이동의 3배, 송파동의 약 4.7배 수준이다.
전세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1개월간 가락동의 평당 평균 전세가격은 2736만원으로 송파구 13개 동 가운데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2591만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145만원, 약 5.6% 상승했다. 같은 기간 거래량 역시 113건에서 117건으로 소폭 늘었다.
인근 지역과 비교해도 가락동의 전세가격은 높은 편이다. 최근 1개월 기준 잠실동의 평당 평균 전세가격은 3366만원으로 송파구에서 가장 높았으며 방이동은 2258만원으로 5위, 송파동은 2061만원으로 10위를 기록했다. 가락동은 방이동보다 평당 478만원, 송파동보다 675만원 높은 수준이다.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도 거래량이 송파구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재건축 이주 등에 따른 임차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진행 중인 이주가 끝나더라도 추가적인 재건축 이주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가락극동아파트가 후속 재건축 절차를 밟고 있어서다. 가락극동아파트는 향후 관리처분계획인가 등을 거쳐 주민 이주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지 부동산업계에서는 늦어도 내년 하반기부터 이주가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가락동에서는 삼환가락과 가락미륭의 이주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가락프라자아파트(672가구)와 가락극동아파트(555가구) 등 노후 단지의 재건축 이주가 순차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인접한 문정동 가락1차현대아파트(514가구) 역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주변 지역의 이주 수요도 가락동 전월세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특정 단지의 일시적인 이주에 그치지 않고 재건축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새로운 임차 수요가 반복적으로 유입될 수 있는 셈이다.
현지 부동산업계에서는 이처럼 이어지는 재건축 이주가 가락동 전월세시장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은 이주를 시작하면 다시 입주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그동안 주민들이 어딘가에서는 살아야 한다”며 “송파에서 오래 거주한 사람들은 자녀 학교나 직장 등 생활 기반이 모두 이곳에 형성돼 있어 대부분 멀리 나가기보다는 주변에서 전월세를 구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역시 가락동처럼 여러 재건축 단지의 이주가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지역에서는 기존 주민들의 임차 수요가 인근에 집중되면서 전월세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재건축 이후 재입주를 계획한 주민들은 자녀의 학교나 직장, 생활 인프라 등을 그대로 이용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보다 기존 생활권 안에서 임시 거처를 구하는 경향이 강해 주변 전월세시장에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대중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으로 수백·수천가구가 한꺼번에 이주하더라도 자녀의 초·중·고교 문제나 기존 생활권이 맞물려 있어 주민들이 멀리 이동하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재건축 단지에서 나온 이주 수요가 인근 아파트나 주택의 전월세 수요로 그대로 전환되기 때문에 주변 임대차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은 이주부터 재입주까지 짧게는 2~3년, 길게는 4~5년이 걸리는 만큼 이 기간 새로운 주택을 찾는 수요가 계속 유지된다”며 “특히 여러 단지의 재건축이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지역은 한 단지의 이주가 끝나더라도 다른 단지에서 새로운 수요가 발생해 전월세 가격 상승 압력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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