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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년째 오로지 한 우물…세계가 인정한 이탈리아 ‘커피부심’ 아이콘
130년째 오로지 한 우물…세계가 인정한 이탈리아 ‘커피부심’ 아이콘

전 세계 어느 카페를 가던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원두 포장지에서 유독 자주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 시골 마을의 작은 식료품점에서 시작해 연 매출 6조원 규모의 글로벌 커피기업으로 우뚝 선 ‘라바짜(LAVAZZA, 루이지 라바짜)’가 그 주인공이다. 무려 130년에 달하는 역사를 지닌 굴지의 기업은 무려 4대에 걸쳐 고집스럽게 가업을 잇는 라바짜 가문의 손에서 탄생했다. 오랜 기간 가족소유 체제를 유지돼 온 라바짜와 가문의 역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식료품점에서 굴지의 글로벌 커피기업까지…이탈리아 북부 도시에서 일어난 기적

 

라바짜의 역사는 1895년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에 문을 연 한 식료품점에서 시작됐다. 당시 커피 원두를 주력 제품으로 팔았는데 한 종류의 원두를 다른 점포와 달리 서로 다른 원두를 섞는 블렌딩 기법으로 만든 제품을 고집했다. 이후 기존의 배합 기술에 포장 기술까지 결합하면서 커피(원두) 제조·판매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대량으로 원두를 볶는 기술을 개발하고 커피향을 보존하는 포장 기법을 개발하는 등 기업형 시스템 구축에 고삐를 쥔 덕분에 1923년 이탈리아 최대 커피 가공업체로 거듭났다. 1927년에는 창업주와 가족이 참여하는 주식회사 형태로 지배체제를 개편했다. 

 

▲ 라바짜는 서로 다른 산지의 원두를 섞는 블렌딩 기법을 토대로 4대째 커피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은 라바짜의 시작인 이탈리아 토리노의 식료품점. [사진=Lavazza 홈페이지]
▲ 라바짜는 서로 다른 산지의 원두를 섞는 블렌딩 기법을 토대로 4대째 커피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은 라바짜의 시작인 이탈리아 토리노의 식료품점. [사진=Lavazza 홈페이지]


승계도 순탄하게 진행됐다. 창업주 루이지 라바짜는 1933년 마리오와 주세페·페리클레 등 세 아들에게 회사 지분을 넘겼다. 이후 고향 무리센고로 돌아가 남은 여생을 보냈다. 창업주가 사업의 기반을 닦는 데 주력한 것과 달리 2대 경영인들은 확장에 주력했다. 다만, 승계 초기에는 전쟁이라는 악재에 부딪혀 크고 작은 부침을 겪기도 했다. 1940년 이후 이탈리아의 커피 원두 수입이 막히면서 생산량 자체를 줄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시기 라바짜는 주력 제품인 커피 대신 기름과 비누, 양초 등을 만들어 팔며 명맥을 이어나갔다.

 

라바짜 2대 경영인들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부터 본격적으로 사세를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1947년 첫 로고를 선보였고 1949년 밀라노 지점을 개점했다. 1954년에는 대리점 24곳과 창고 15곳 등으로 이탈리아 전역에 유통·판매망을 구축했다. 1957년에는 토리노 코르소 노바라에 생산공장을 세웠고 이듬해인 1958년에는 ‘카발레로’와 ‘카르멘치타’ 캐릭터를 앞세운 TV광고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 구축에 나섰다. 사세 확장 과정에서 2세 경영인 간에 갈등도 있었다. 이탈리아 현지 매체 트레카니에 따르면 장남 마리오는 신중한 통합 노선을 주장했고 동생인 주세페와 페리클레는 공격적인 확장을 원했다. 형제들의 갈등은 마리오가 지분을 동생들에게 넘기고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일단락됐고 그 직후 주세페와 페리클레는 지분을 외부에 넘기지 않고 성인 남성 후손에게만 넘기자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회장은 형인 주세페가 맡았고 1971년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엔 페리클레가가 그 자리를 이어 받았다. 1979년 페리클레가 사망 이후에는 협약에 따라 주세페의 아들 에밀리오가 회장에 올랐고 페리클레의 아들인 알베르토는 대표이사를 맡았다. 3세 경영인 시절에는 각자의 역할이 철저히 구분됐다. 에밀리오는 상업적 확장에 주력했고 알베르토는 원료와 생산 공정의 연구개발을 주도했다. 그 시절 생산설비 확대와 함께 소비자가 라바짜 제품 고유의 브랜드 이미지 구축, 해외 시장 진출, 사업다각화 등이 동시에 이뤄졌다. 라바짜는 1982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1987년 독일과 1990년 영국에 현지 유통 거점을 세웠다. 또 1989년에는 캡슐커피의 시초 격인 1회분 커피 머신 제조·판매 업체 ‘우노페르’를 인수했다.

 

4세 경영인 시대에 싹 틔운 소유-경영 분리 시너지 효과, 글로벌 공룡기업 제2의 도약

 

▲ 라바짜 가문 가계도.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 라바짜 가문 가계도.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현재 라바짜는 4세 경영인인 주세페 라바짜 회장이 이끌고 있다. 할아버지인 주세페와 이름만 같을 뿐 3세 경영인 에밀리오의 아들이다. 1991년 회사에 합류해 전략마케팅 책임자와 부회장 등을 거친 뒤 2023년 4월 회장에 올랐다. 직전 회장인 알베르토는 2008년부터 15년간 회장을 지낸 뒤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대신 그의 아들인 마르코 라바짜가 부회장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마르코 부회장 역시 커피 구매·생산·영업·인수합병 등 다양한 부서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 외에도 3세 경영인들의 딸인 안토넬라, 프란체스카 등도 기업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4세 경영인들은 지주회사격인 핀라브를 통해 그룹 계열사를 직·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핀라브에는 현재 알베르토의 딸 안토넬라(회장)과 에밀리오의 딸 프란체스카(최고경영자)가 몸담고 있다. 두 사람은 주력 계열사인 라바짜의 이사직도 맡고 있다. 알베르토의 또 다른 딸 마누엘라 역시 양사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3세 경영인의 아들들인 주세페와 마르코가 주력 계열사의 회장·부회장을 맡고 딸들이 지주회사와 이사회를 통해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구조인 셈이다.

 

다만 라바짜의 실질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도맡아 왔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15년 가량 라바짜를 이끌어 온 안토니오 바라발레가 주인공이다. 안토니오 CEO가 라바짜에서 주력해 온 사업 전략은 해외 커피 기업 인수·합병과 글로벌 판매망 확대다. 그는 2015년에는 덴마크의 메릴드를 인수를 주도했고 이듬해 프랑스의 카르트 누아르를 그룹에 편입했다. 2017년에는 캐나다 키킹 호스 커피의 지분 80%를 확보했다. 전부 각국의 명망 있는 커피 기업들이다. 이 외에도 마즈 드링크스를 편입하면서 사무실 커피 서비스와 자동판매기 사업도 확대했고 가장 최근인 2023년에는 프랑스 맥시커피를 인수하며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판매망·교육시설을 확보했다. 원두와 분쇄 커피 판매를 넘어 직장과 가정에 직접 커피를 공급하는 서비스·유통망까지 사업 영역을 넓힌 것이다.

 

▲ 과거 라바짜 광고에 등장한 캐릭터 카르멘치타와 카발레로. [사진=Lavazza 홈페이지]
▲ 과거 라바짜 광고에 등장한 캐릭터 카르멘치타와 카발레로. [사진=Lavazza 홈페이지]

 

이사회에도 가문 밖 인사들이 참여한다. 라바짜가 공개한 2026~2028년 임기 이사회 명단에 따르면 이사회는 총 13명으로 구성됐으며 이 가운데 5명이 독립 비상임이사다. 나머지는 가문 출신 비상임이사 6명과 최고경영자 등 경영진 2명이다. 이사회는 그룹의 전략 방향을 정하고 경제적·전략적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담당한다. 가족 소유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주요 경영 사안을 논의하는 과정에는 독립이사들이 함께 참여하도록 구성한 것이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 그리고 철저한 권한 부여 전략은 라바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루이지 라바짜(이하 라바짜)가 올해 3월 말 발표한 경영보고서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39억유로(약 6조1000억원)로 전년 대비 15.7% 증가했다. 순이익은 9200만유로(약 1431억원)를 기록했다. 현재 140여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5개국에 9곳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가정용 원두와 분쇄 커피, 카페·음식점·사무실에 공급하는 커피 머신 등을 생산하고 있다. 전체 임직원 수는 5800명에 달한다. 글로벌 커피 시장의 ‘절대강자’라 불려도 손색없는 규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라바짜는 가족의 장기적인 소유 철학과 전문경영 체제를 결합했다”며 “가족이 기업의 정체성과 장기 전략을 지키고 전문경영인이 사업 운영과 실행을 담당하는 구조는 지속적인 성장의 기반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사회는 전략과 감독을 맡고 최고경영자는 경영과 실행을 담당하도록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나눈 것도 성장의 핵심 요인으로 평가된다”며 “오너 일가라는 이유로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경영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는 전략은 다른 오너 기업에도 귀감이 될 만한 전략이다”고 설명했다. 

기사 속 Q&A
Q1. 글로벌 커피기업 라바짜는 언제, 어느 도시에서 어떤 형태의 가게로 출발했으며, 초기 사업의 특징은?
A. 라바짜는 1895년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에 문을 연 식료품점에서 시작됐다. 창업주 루이지 라바짜는 서로 다른 원두를 섞는 블렌딩 기법을 사업의 기반으로 삼았으며, 이후 포장 기술과 생산설비를 갖추며 커피 제조·판매 기업으로 성장했다.
Q2. 라바짜 회장인 주세페 라바짜는 창업 가문의 몇 세대에 해당하며, 어떤 경력을 거쳐 언제 회장에 취임했는가?
A. 4세대 회장은 에밀리오 라바짜의 아들인 주세페 라바짜다. 1991년 회사에 합류해 전략마케팅 책임자와 부회장 등을 거친 뒤 2023년 4월 회장에 취임했다. 할아버지인 2세대 주세페 라바짜와 이름은 같지만 다른 인물이다.
Q3. 라바짜가 발표한 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얼마이며, 매출은 전년 대비 얼마나 증가했는가?
A. 회사 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매출은 39억유로로 전년 대비 15.7% 증가했다. 순이익은 9200만유로다. 기사에 제시된 원화 환산액은 매출 약 6조1000억원, 순이익 약 1431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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