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금호동 일대 노후 빌라 가격이 재개발 사업 진척과 맞물려 가파르게 뛰고 있다.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설립, 시공사 선정 등 사업이 구체화되면서 향후 신축 아파트 입주에 대한 기대감이 매매가격에 선반영되고 있어서다. 일부 재개발 구역에서는 과거 6억~8억원대에 거래됐던 빌라가 최근 15억원을 넘어서는 사례까지 나타나면서 높은 매입가격에 향후 추가분담금까지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호동 일대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노후 주택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현재 금호동에서 눈에 띄게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곳은 금호16구역·금호21구역·금호23구역을 비롯해 금호두산아파트·금호벽산아파트 일대다. 이 가운데 가장 빠른 사업 속도를 보이고 있는 금호16구역은 현재 구역별로 나눠 기존 건축물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정비사업이 가시화되면서 재개발 구역 내 노후 빌라 가격도 빠르게 오르는 모습이다. 특히 사업 단계가 진행될수록 향후 신축 아파트 입주에 대한 기대감이 매매가격에 반영되면서 과거 거래가격과 비교해 수억원씩 오른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금호16구역은 사업 진척과 함께 구역 내 빌라 가격도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플랫폼 갈타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금호16구역에서 거래된 빌라·다세대의 대지지분 기준 평당가는 1억5000만원으로 직전 1년 대비 55.8%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금호21구역의 대지지분 기준 평당가 역시 1억7100만원으로 58% 뛰었다.
29일 KB부동산에 따르면 금호16구역 내 삼성빌라13차의 경우 전용면적 52㎡ 매물이 지난 5월 15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단지·면적 매물이 2017년 7월 3억6375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약 9년 만에 11억4625만원(315.2%) 오르며 거래가격이 4배 이상으로 뛴 셈이다.
사업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구역 내 다른 빌라에서도 가격 상승세가 나타났다. 삼성빌11차 B동 전용면적 52㎡ 매물은 2020년 6억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해 10월에는 11억7000만원에 거래돼 5년여 만에 5억원(74.6%) 올랐다. 금호16구역이 지난해 4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데 이어 8월부터 구역별 철거 작업에 들어간 점을 고려하면 철거 단계에 접어든 이후 이뤄진 거래다. 관리처분인가와 철거 등 재개발 사업이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신축 아파트 입주에 대한 기대감이 구역 내 노후 주택 가격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이 진행 중인 다른 구역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금호21구역은 지난 2월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데 이어 롯데건설의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 ‘르엘’ 적용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구역 내 빌라 가격이 빠르게 뛰고 있다.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설립인가에 이어 시공사 선정까지 주요 절차를 잇달아 밟으면서 향후 신축 아파트 입주에 대한 기대가 매매가격에 반영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거래가격도 두 배 넘게 뛰었다. 금호21구역 내 대우아트빌2차 전용면적 75.8㎡(22평형)는 2024년 1월 8억6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7월에는 같은 면적이 1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불과 2년 6개월 만에 8억9000만원(103.5%) 오르면서 거래가격이 두 배 이상으로 뛴 셈이다.
현장에서는 이러한 가격 상승의 배경으로 금호동의 입지적 장점과 정비사업 진척에 따른 기대감을 꼽고 있다. 금호동은 서울 도심과 강남권으로 이동이 편리한 데다 주변에 신축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주거 선호도가 높아졌다. 여기에 노후 저층 주거지를 중심으로 추진되던 정비사업이 구역 지정과 조합설립, 시공사 선정 등 구체적인 단계에 접어들면서 향후 신축 아파트 입주를 기대한 투자수요까지 유입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지에서는 금호동 일대 정비사업이 구체화되면서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재개발 물건을 찾는 투자자들이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이유만으로 높은 프리미엄을 주고 매입할 경우 향후 추가분담금까지 더해져 실제 투자비용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병림 대성공인중개사 대표는 “재개발 물건을 찾는 사람들은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고 서울뿐 아니라 창원이나 제천, 대전 등 지방에서도 인터넷을 보고 찾아온다”며 “사업이 거의 다 됐다고 생각하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현재 높은 가격을 주고 매입하더라도 향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별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비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추가분담금까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현재 매매가격만 보고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과거 젊은 신혼부부들의 ‘몸테크’ 지역으로도 꼽혔던 금호동의 진입장벽 역시 크게 높아졌다는 게 현지의 설명이다. 비교적 저렴한 노후 빌라를 매입한 뒤 장기간 거주하면서 재개발을 기다리는 수요가 적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정비사업 기대감이 가격에 반영되면서 일부 물건의 경우 12억~15억원 수준까지 가격이 올라 젊은 실수요자가 접근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김도희 행운부동산 대표는 “예전에는 재개발 이야기가 나와도 가격이 크게 움직이지 않았는데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정비사업 이야기가 계속 나오면서 최근 2~3년 사이 가격이 확 뛰기 시작했다”며 “예전에는 젊은 신혼부부들이 빌라를 매입해 재개발을 기다리는 경우도 많았지만 지금은 프리미엄까지 붙으면 12억~13억원, 많게는 15억원까지 부르는 상황이라 젊은 부부들이 들어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프리미엄을 주고 들어오더라도 실제 입주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대출을 받았다면 그동안 이자까지 감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재개발 사업이 초기 단계에서 관리처분인가와 철거, 시공사 선정 등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사업 무산이나 장기 지연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향후 신축 아파트에 대한 기대가 기존 주택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사업 진척에 따른 가격 상승만 보고 고가에 매입할 경우 향후 공사비 상승에 따른 추가분담금과 금융비용 등이 더해져 실제 투자비용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재개발은 정비구역 지정부터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 사업 단계가 진행될수록 사업 무산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향후 신축 아파트에 대한 기대가 기존 주택 가격에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입지가 좋은 지역은 사업이 가시화되는 과정에서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가 가격에 선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높은 가격에 매입했다고 해서 그만큼 사업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며 “현재 매입가격뿐 아니라 권리가액과 예상 추가분담금, 향후 공사비 상승 가능성, 사업기간에 따른 금융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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