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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몰리자 건물값 ‘100억 훌쩍’…한남동의 역설, 거래는 반토막
갤러리 몰리자 건물값 ‘100억 훌쩍’…한남동의 역설, 거래는 반토막

서울 용산구 한남동이 국내 미술시장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매수자와 매도자 간 온도차가 커지고 있다. 미술·문화시설 집적과 상권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동산 몸값이 크게 오른 탓에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 눈높이 차이가 발생하면서 거래량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르데스크 취재에 따르면 2020년 이후 한남동으로 이전하거나 새롭게 공간을 마련한 갤러리는 총 13곳이다. 지난 2020년에는 청담동에서 약 30년간 운영된 박영덕화랑이 BHAK로 이름을 바꾸면서 한남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듬해인 2021년에는 페이스갤러리 서울이 리움미술관 인근으로 공간을 확대 이전했고 글로벌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도 한남동에 서울 지점을 열었다.

 

2022년에는 미국 뉴욕에서 출발한 리만머핀이 종로구 안국동에서 한남동으로 확장 이전했다. 갤러리 이동은 최근 들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독일계 갤러리 에스더쉬퍼가 서울 진출 3년 만에 한남동으로 확장 이전했고 포르투갈계 두아르트 스퀘이라 역시 강남에서 한남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 8월에는 글로벌 갤러리 글래드스톤 서울이 청담동을 떠나 한남동으로 이전하면서 기존보다 약 두 배 넓은 공간을 마련했다. 현재 청담동에 위치한 글로벌 화랑 탕컨템포러리도 내년 11월 한남동으로 이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남동을 대표하는 문화시설인 리움미술관을 중심으로 갤러리와 패션·외식시설 등이 함께 밀집하면서 미술품 관람객뿐 아니라 관광객과 쇼핑객 유입도 늘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갤러리 입점이 이어지면서 이들이 선호하는 입지의 부동산 가격도 크게 높아졌다. 갤러리는 작품 운반이 용이하고 방문객의 접근성이 좋아야 하는 만큼 대로변이나 접근성이 뛰어난 단독주택·근린생활시설 등을 선호하는데 한남동 내 이러한 매물은 수십억원에서 100억원 이상까지 가격이 형성돼 있다는 설명이다.

 

▲ 지난 2004년 개장한 삼성미술관 리움은 한남동을 대표하는 미술관 중 하나다. 사진은 리움미술관 내부의 모습. [사진=리움]
▲ 지난 2004년 개장한 삼성미술관 리움은 한남동을 대표하는 미술관 중 하나다. 사진은 리움미술관 내부의 모습. [사진=리움]

  

지난 2023년 대신증권이 발표한 ‘서울 길거리 상권-부촌 슬세권: 한남·압구정·성수’ 리포트에서도 미술시장 확대가 갤러리가 밀집한 한남동 상권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남동은 2004년 삼성미술관 리움 개관 이후 문화·예술시설이 하나둘 자리 잡기 시작했다. 2018년 가나아트 한남과 필립스 한국지사, 갤러리바톤 등이 들어선 데 이어 2021년에는 타데우스 로팍과 페이스갤러리까지 합류하면서 갤러리 집적이 본격화됐다.

 

특히 팬데믹을 거치며 국내 미술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점도 한남동 상권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미술시장 매출액은 2021년 7563억원에서 2022년 1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갤러리를 통한 미술품 판매액도 3142억원에서 5022억원으로 59.8% 증가했다. 대신증권은 미술품 소비층이 확대되면서 갤러리가 단순한 작품 판매공간을 넘어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집객시설로서의 성격이 커졌고, 갤러리가 밀집한 한남동 상권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갤러리와 상업시설 입점 수요가 꾸준한 것과 별개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실제 매매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게 부동산 현장의 설명이다. 매수자가 기대하는 가격과 건물주가 원하는 매도가격 사이의 격차가 커지면서 호가는 높지만 거래는 활발하지 않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미 한남힐 공인중개사 대표는 “갤러리를 운영하려고 물건을 찾는 사람들은 대체로 50억원 안팎의 예산을 생각하고 오는데 입지가 괜찮은 단독주택이나 건물은 소유주들이 100억원 이상을 원하는 경우가 있다”며 “매수자가 생각하는 가격과 매도자가 원하는 가격 차이가 커 실제 거래까지 연결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남동이라는 지역 자체를 보고 들어오려는 사람은 꾸준하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지다 보니 수익률을 맞추기 어려운 물건들이 많아졌다”며 “높은 가격에 거래된 물건 하나가 나오면 주변 소유주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있어 호가는 올라가는데 거래가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도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남동 상업·업무용 부동산 시장에서는 100억원을 웃도는 고가 거래가 잇따라 확인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한남대로20길에서는 제1종근린생활시설이 207억원에 거래됐다. 같은 해 한남대로40길에서는 제2종근린생활시설이 170억원, 이태원로에서는 제2종근린생활시설이 105억원에 각각 계약됐다. 올해 들어서도 고가 거래는 이어져 지난 2월 한남대로20길에 위치한 제1종근린생활시설이 125억원에 거래됐으며 8월에는 한남대로변 제1종근린생활시설이 96억원에 계약됐다.

 

▲ 한남동 일대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높은 수준을 형성하면서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 격차가 벌어지고 실제 거래도 과거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2018년 개장 이후 인기를 얻고 있는 사운즈 한남의 모습. ⓒ르데스크
▲ 한남동 일대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높은 수준을 형성하면서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 격차가 벌어지고 실제 거래도 과거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2018년 개장 이후 인기를 얻고 있는 사운즈 한남의 모습. ⓒ르데스크

 

반면 고가 거래 사례와 달리 전체 거래량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남동 상업·업무용 부동산 계약은 2020년 97건에서 2021년 112건으로 증가했다. 이후 2022년 52건으로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했고 2023년에는 29건까지 줄었다. 2021년과 비교하면 불과 2년 만에 약 74.1% 감소한 수준이다. 2024년에도 31건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47건으로 일부 회복됐지만 여전히 2021년보다 약 58.0% 적다.

 

한남동 미술·문화시설 집적과 상권 성장에 대한 기대감 속에 일부 핵심 입지의 고가 거래가 이어지는 동시에 높아진 가격 부담으로 전체 거래는 위축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갤러리 입장에서는 한남동 입점에 따른 집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건물 가격이 수십억~100억원대로 올라서면서 신규 진입을 위한 비용 부담 역시 커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갤러리 집적이 구매력 있는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집객 효과를 만들어내면서 한남동 상권 활성화와 부동산 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한남동 부동산 가격에는 문화시설뿐 아니라 기존 상권과 입지적 희소성, 정비사업 등 여러 요인이 함께 반영되는 만큼 최근 가격 상승을 갤러리 유입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권대중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갤러리를 찾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리테일 시설을 방문하는 소비자와 달리 문화적 선호가 뚜렷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구매력을 갖춘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소비층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 주변 상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남동에 크고 작은 갤러리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서로 모여 있을 때 발생하는 집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기존 리테일 상권과 재건축·재개발 등 지역의 여러 상승 요인에 갤러리 집적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부동산 가치에도 추가적인 시너지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 속 Q&A
Q1. 한국 미술시장 규모는 최근 어떻게 성장했나?
A. 2023년에 발표된 대신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미술시장의 총 매출액은 2021년 7563억원에서 2022년 1조원 이상으로 성장했다. 이 중 갤러리를 통한 미술품 판매액은 3142억원에서 5022억원으로 59.8% 증가했다
Q2. 한남동 갤러리 집적화(밀집) 현상은 언제부터 본격화됐나?
A. 2004년 삼성미술관 리움 개관을 시작으로 2018년 가나아트 한남, 필립스 한국지사, 갤러리바톤 등이 입점하면서 기반이 형성됐다. 이후 2021년 타데우스 로팍과 페이스갤러리 등이 합류하며 본격적인 갤러리 집적 상권으로 성장했다.
Q3. 최근 한남동으로 이전하거나 신규 오픈한 주요 갤러리는 어디인가?
A. 2020년 이후 총 13개 이상의 국내외 유명 갤러리가 한남동으로 이전 및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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